이한동 총리 잔류선언 자민련 반응

이한동 총리의 총리직 잔류 선언 소식에 자민련이 분노하고 있다. "이 총리의 유임은 정치적인 문제를 뛰어 넘어 도의적으로 있을수 없는 배신행위"라며 "청와대의 자민련 흔들기에 이 총리가 동조한 결과가 됐다"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자민련은 7일 오전 당무회의를 열어 당 총재인 이한동 총리를 만장일치로 제명하고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총을 열어 이 총리 제명결의를 추인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또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주장도 제기됐으나 의총에 일임키로 했다.

6일 일본에서 귀국한 김종필 명예총재는 "내가 세상 물정을 겨우 알만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짓들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유구무언이다"며 이 총리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김 명예총재는 전날 출국 직전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며 "이 총리가 신임장관 제청권만 행사하고 돌아온다고 했다"는 등 이 총리의 자민련 복귀를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이날 자민련 마포 당사에서 긴급 소집된 확대당직자회의에서는 이 총리에 대한 거친 비난이 쏟아졌다. 변웅전 대변인은 "잠시나마 이런 분을 우리당 총리로 모신 것을 국민 앞에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총리와 그를 유임시킨 책임자들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 대변인은 또 비공식적으로 "짖는 개가 되기보다는 무는 개가 되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진석 의원은 "인간에 대한 비애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희욱 의원도 "철새처럼 떠도는, 소신도 박력도 철학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한 당직자는 "이 총리는 비겁하게도 김 명예총재의 방일 기간중 전격적으로 총리직 유임을 선언했다"며 "이 총리가 그동안 DJP 사이에서 실리 챙기기를 위한 줄타기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 환영 준비를 하던 일부 당료들은 이 총리 사진을 모두 떼어내 그 중 일부를 짓밟기도 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자민련에 대한 본격적인 고사작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이도 있다. 김 명예총재도 7일 "이번 일이 다가 아니다"며 자민련의 와해전술에 맞서겠다는 심중을 드러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