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 개발연대를 지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층은 공무원이었다. 국민을 미몽(迷夢)에서 일깨워주는 선두그룹이었던 만큼 상당한 존경도 받고 있었다. 특히 공무원과 비슷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공공기업에 투입돼 전기, 통신, 철도, 화폐 등 사회인프라 형성에 절대적인 공적을 세웠다. 공기업의 번창은 바로 한국경제 기적의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던 공기업도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흐름에 순응하지 못해 이제는 종종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6일 재정경제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3개 정부투자기관과 11개 정부출자기관 등 24개 공기업(금융기관 제외)의 지난해 부채는 총 101조4천억원으로 1년전인 99년의 95조5천억원보다 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 급증, 실질임금 감소 등 악조건 하에서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기업은 빚으로 잔치를 벌였다니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개별 공기업으로는 한국전력의 부채가 32조6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통신, 도로공사, 토지공사 등의 순이었다.▲공기업은 정부가 투자한 기업을 말한다. 공공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기업성보다는 공익성을 앞세운다. 따라서 공기업은 사기업과 달리 잘못됐다고 해서 파산하거나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공기업에 도덕성과 투명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공기업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도덕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빚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 아닌가.
▲요 몇 달 사이만 보더라도 공기업 관련 비리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건교부 산하 11개 공기업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각종 공사와 용역을 발주하면서 876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3년간 손실을 보전할 의무가 있는 14개 재정지원기관에 대해 출자로 15조6천억원, 예산으로 5조8천억원 등 모두 21조4천억원의 혈세를 지원했다. 또 건교부 산하 18개 공기업 및 자회사 사장 중 17개사 사장이 모두 정치권 인사였다는 등의 사실은 이제 국민들에게 신선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전후 스태그플레이션이 지구촌을 덮칠 때 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걸고 70년대 말 집권한 영국 대처 정부는 과도한 국가개입과 공기업의 비효율을 시정하기 위해 대대적인 민영화조치를 단행,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는 환란 직후 공기업 민영화 필요성에 대한 절박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흐지부지 되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노조 반대를 이유로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면 우리는 낙하산인사.한탕주의.적자 누적 등 열받는 단어들을 계속 접하면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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