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지켜온 반만년 역사는 뛰어난 과학기술 덕분이기도 했다.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앞섰던 금속활자, 측우기.앙부일구 등의 과학 장비,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서 만들었던 철갑 거북선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과학기술 경쟁력은 세계 25위 수준으로, 선조들의 창조적 능력과 업적의 전통이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의 연구 환경, 지원 체제, 국민적 관심이 과학의 싹을 틔우기에는 열악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과거 어느 세기보다도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예견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 분야의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특히 반도체의 기능을 대신할 물질(산화물)을 분자나 원자 단위에서 조작하는 '나노' 기술 연구에 열을 올린다. 이 기술의 발달은 손톱에 부착할 수 있는 컴퓨터나 혈관 속을 돌며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로봇 등의 실용화도 기대케 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 김광수 교수팀이 세계에서 가장 가늘고 집적도가 높은 '나노선(nano線)'을 개발했다는 낭보다.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25만분의 1에 불과한 이 극미세 나노선은 지난해 미국에서 개발된 세계 최고 수준의 것보다 집적도가 200배 이상 높은 데다 지름이 0.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이 분야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 차세대 반도체.미세전자소자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이 연구 결과를 10월 12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을 예정이며, 이미 이례적으로 속보를 싣는 인터넷 '익스프레스'를 통해 논문 내용을 미리 소개하는가 하면, 현지 기자회견을 가질 정도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더구나 이 연구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홍병희(30)씨가 아직 포항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학생이라는 사실에 세계 과학계가 놀라는 분위기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선이 지금보다 성능이 수백만배나 좋은 나노 소자는 물론 양자컴퓨터 개발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기대감이 증폭된다. 차제에 정부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학기술 연구에 장기적인 투자와 기초 다지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산.학.연.정부 공동으로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을 가져야 할 때다. 아울러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을 범정부적.전국민적으로 확산하는 길도 찾아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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