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을 연다 지역 중견예술인 작업현장-(6)작가 박철호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작가…. 박철호(38)씨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작품활동이나 생활 면에서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는 작가도 찾기 힘들다.

지난 3일 오후 그의 작업실이 있는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판화공방. 그는 손에 잉크를 가득 묻힌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긁고 부식시키고 찍고…' 판화 작업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겠는가. 막 찍어낸 작품이 벽에 가득 붙어 있고 동판들이 이곳저곳 나뒹굴고 있어, 평소 그의 작업 태도를 짐작케 했다.

"여름 내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품구상에 몰두했지만, 성과가 적어 보여줄 게 없다"며 쑥스럽게 웃는 박씨는 올 11월쯤 신라갤러리에서 열 7번째 개인전을 준비중이다. 이번에는 판화 일색에서 탈피, 드로잉과 동판화를 절반씩 섞어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판화가로서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앞으로 평면, 입체, 설치 등 여러 매체를 다뤄볼 생각입니다. 이번 가을이 저에게는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판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판화를 기본 매커니즘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그의 중심 소재는 식물이다. 몇년전만 해도 뉴욕 유학시절 도심에서 보았던 '고독한 새(鳥)'를 테마로 삼았지만, 요즘에는 식물의 꽃잎, 줄기 등을 즐겨 다룬다. "식물의 생성과 소멸 과정은 인간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감성을 느끼게 합니다. 이를 통해 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아볼 겁니다"

작업실 한편 책장에는 산에 갈때 마다 수집했다는 식물 열매, 벌집, 연꽃 등이 가득 쌓여 있어 테마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다. 그만큼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적인 작가다. 이때문에 그의 작품이 여전히 사물의 구체적 이미지와 색감에 매달려 있는게 아닐까.

자그마한 체구의 그가 평소 해병대 기습특공대 출신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보면 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대학에서 일주일에 20시간 가까이 시간강사로 뛰고 있다. 그런데도 작업실에 걸려있는 작품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그는 항상 "작업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작업에 진력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의 열정이 이번 가을에 더욱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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