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정개편 내분 양상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당 대표 내정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8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한 실장 대표 내정에 반발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을 초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초선의원들의 반발에 당내 일부가 심정적으로 동조를 표시하고 있어 당내 파문의 진화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단 여당 지도부의 발빠른 수습노력으로 당내 파문은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던 소장파의 반발이 주춤해진 상태다. 초선 의원 3명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강경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지난 5월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재선의원들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동영·천정배·신기남·추미애 의원 등 재선급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쇄신을 바라는 민심을 외면한 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원과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지만 "당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일단 물러섰다.

또 당 지도부의 설득전도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장 자신의 전·현직 비서실장 출신인 김성호·이호웅 의원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김중권 대표가 당혹스럽게 됐다. 김 대표는 이에따라 두 의원과 접촉을 시도하면서 신중한 처신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로 내정된 한 실장과 동교동계도 적극적인 각개 격파에 나섰다. 한 실장은 이날 상임위 출석을 위해 국회로 나와 당 소속 초재선의원들과 집중 접촉을 벌였다. 한 실장은 의원들에게 자신의 민주화 운동 이력을 강조하면서 "당이 정체성을 세워 정도로 나가면 난국을 풀 수 있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탈당 불사의 당사자들인 김·이 의원은 반발강도를 좀체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전날밤 별도의 회동을 가진 두 의원은 이날 오전까지 연락을 끊은 채 일절 당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들과 접촉을 시도했던 전용학 대변인도 "탈당이라는 것이 쉽겠느냐"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당정개편으로 촉발된 소장파의 반발이 확산이냐, 아니면 진정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의 반발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이 나더라도 한광옥 대표의 앞날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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