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쌀농사 농약사용 급감

◈농민들 '이젠 품질로 승부' 3,4년보다 약 50%줄여들녘에 자욱하던 농약 냄새.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 황급히 창을 올려야 하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경주.의성 등 여러 곳에서 벼 논에 농약을 치는 경우가 줄고 있는 것.

◇의성 안계들 이야기=경북도내 웬만한 군 전체보다 들이 더 크다는 안계평야(단북.단밀.안계면) 논농사 농가들은 3, 4년 전부터 농약 사용량을 50% 정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농 단밀면지회 김경진(42) 지회장은 "고령화로 일손이 달리자 대다수 농가들이 농약 아닌 다른 수단으로 농사를 지으려 한다"며, "이런 추세가 확산되면 머잖아 벼농사에서는 농약이 거의 사라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곳 농협의 농약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단밀농협 장만환 조합장은 "몇년 전만 해도 농약매출이 연간 3억여원 됐으나 올해는 1억8천만원도 겨우 채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인농협 정상태 조합장은 "값이 30%까지 덤핑된 농약이 나도는 것도 농협 매출 감소의 한 요인"이라고 했다.

◇고효율 농약 출현=영양농업기술센터 이윤칠(38) 지도사는 "쌀 농사에서는 대체로 제초제 2회, 물바구미약 1회, 잎도열병약 1회, 문고병약 등 1, 2회, 멸구약 등 1회 해서 6회 정도 농약을 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고 했다.

그러나 근래엔 물바구미.잎도열병.애멸구 등을 볍씨 소독 과정에서 한번에 방제할 수 있는 소독약이 개발됨으로써 모내기 이후에도 6월까지는 거의 약을 뿌리지 않게 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단밀 위중들에서 위탁영농을 하는 박승렬(54)씨는 "이 볍씨 소독약을 쓰면 한두 차례 방제로 한해 쌀농사를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술로 연간 수백만원의 농약값.인건비를 절감한다는 것. 안계농협 윤태성(49) 감사는 "이 소독약을 써서 농약은 한번도 뿌리지 않는 농가도 적잖다"고 했다.

이 농약 생산회사의 기술보급팀 서종열씨는 "그 소독약은 농촌 일손 부족 상황에 대응토록 하기 위해 1999년에 개발한 것"이라며, 그 후 물바구미.잎도열병.애멸구 농약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 외의 요인들=의성 이재삼(53.단밀면 주선리)씨는 "차라리 소출이 줄더라도 농약.비료를 덜 쓰는 농사법을 택하고 있다"며, "이는 종전과 달리 양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같은 목적 아래, 추수 후 호밀씨를 논에 뿌려 이듬해 모내기 전에 갈아엎어 퇴비로 사용함으로써 농약을 거의 안쓰는 경우도 있다. 주로 나이 많은 농부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퇴비량을 늘려 병충해 대응력을 높임으로써 농약 사용을 줄이려는 방법이다. 호밀씨는 정부가 무상 지원한다.

그러나 안계농협 윤 감사는 "농촌 인력이 노령화되고 쌀농사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것도 농약 사용량 감소의 중요한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여전히 농약 살포량이 많아, 영양 경우 청기면 당리, 입암면 흥구리 들판 2곳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대부분 많은 농약을 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석현(64.입암면 산해리)씨는 "쌀농사는 소득이 낮아 기대가 거의 없어졌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농약에 의존할 수밖에 더 있느냐"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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