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살아온 시간들. 돌이켜 보면 뚜렷이 드러나는 일없이 살림에 묻혀 그저 바쁘게만 살아왔다. 10년 후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결혼한 지 10년. 가정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 즈음 과감하게 '나'를 위해 투자를 해보자. 가족을 위해서만 몇십 년씩을 살아온 아줌마들 중에는 자녀들이 자라 품을 떠난 뒤 갑자기 삶이 공허해져 허탈해하는 경우도 많다지 않던가. 때로는'주부'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일상의 윤기를 위해 '나'에게도 투자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경험해본 주부들은"약간의 돈과 실천에 옮길 만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선뜻 얘기한다.
◈헬스클럽 다니면서 생활에 활력 느껴
거울 앞에 서기가 두려웠다는 최경선(36·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며칠전 집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아이 둘을 낳은 이후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배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개월에 5만원이란 만만치않은 돈을 투자해야만 했다. '이 돈이면 아이들 학원을 한 곳 더 보낼 수도 있는데…'하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용기를 냈다.
"체력에 조금씩 자신이 붙어 활력이 생깁니다. 기분도 훨씬 좋아졌고요". 돈 아깝다는 생각은 며칠 지나자 저절로 없어지더라는 최씨는 그간 포기하면서 살았던 다른 부분들도 찾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근시수술 예약 새얼굴 기대감 부풀어
고등학교 시절 이후 줄곧 안경을 써왔던 김정희(38·대구시 북구 관음동)씨는 요즘 안경에서 해방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조만간 라식수술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안경 낀 얼굴이 훨씬 예쁘다"며 말리는 남편을 겨우 설득했다. 지금은 수술에 필요한 돈도 어느 정도 마련한 상태.
"글쎄요. 이젠 나 자신을 위해서도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지금 이 시기를 놓쳐 40대를 넘어서면 언제 합니까".
김씨는 수술도 하기 전인데 벌써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기대로 자신감이 솟구친다며 즐거워했다.
◈매월 한번 家事 해방 스트레스 훌훌
"처음엔 갑자기 생긴 하루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당황했지요".
맞벌이 주부인 박모(34·대구시 동구 방촌동)씨에게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1년 전 남편과 의논 끝에 안식휴가를 얻은 것. 아이들도 여섯 살, 네 살로 엄마손이 덜 가도 되던 때라 남편도 쉽게 동의했다.
"집에서 밀린 잠도 자고 영화관에서 보고싶은 영화도 봅니다"는 박씨는 무엇보다 잃었던 친구를 되찾은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남편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수다스럽게 풀어놓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는 저멀리 날아가 버린다.
◈대입수능 준비 못다이룬 학업꿈 착착
아이가 두 살인 두 아이의 엄마 안 모(32)씨는 올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를 계획이다. 아이도 있고 경제사정도 넉넉하지 않지만 식비를 아껴서라도 용기를 내 볼 참이다.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수험생이란 걸 모르죠. 그러나 포기하고 몇 년 뒤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나 자신에게도 떳떳해지고 싶습니다.'
아직은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학에 입학해서야 현실로 돌아로 것도 같다. 학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아이들은 어디에 맡길 것인지...
아픈 일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안씨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새로운 자신을 찾는 그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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