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자 신귀현 교수 퇴계연구 단행본 펴내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을 전공한 노(老) 서양철학자가 지난 30년동안 꾸준히 연구, 발표해온 퇴계학 연구논문들을 단행본으로 엮어 펴냈다.그 주인공은 영남대 신귀현 명예교수(68). 올해 퇴계 탄신 500주년에 맞춰 펴낸 이 책은 '퇴계 이황, 예 잇고 뒤를 열어 고금을 꿰뚫으셨소'(예문서원 펴냄)라는 멋스러운 제목을 달고 있다. 원로 서양철학자의 퇴계연구 30년을 결산하는 의미있는 책인 동시에 새로운 학문 영역을 파고 든 일종의 학문적 외도(?)의 결실인 셈이다.
신 교수는 대학 시절 은사인 박종홍 선생의 한국철학사 강의를 수강하면서 처음 퇴계학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위스 바젤대에 유학, 후설의 현상학을 공부하면서 관심이 멀어지기도 했다. 그가 퇴계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6년.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열린 제8차 퇴계학 국제학술회의에 참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다시 퇴계학에 열중하게 됐다. 이후 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장, 퇴계학연구원에서 간행하는 '퇴계학보' 편집위원을 맡게 되면서 〈이퇴계의 '심경부주' 연구와 그의 심학〉 등 많은 연구논문들을 발표해왔다.
신 교수는 퇴계학을 일관하는 근본 주제는 궁리(窮理)와 거경(居敬)이라고 파악한다. "궁리의 대상은 이기(理氣)와 심성(心性)이고, 거경의 요령은 조존(操存)과 함양(涵養)입니다. 궁리는 지적 탐구의 활동인 반면 거경은 행동을 위한 실천의 노력이지요. 하지만 유학의 전통이 점점 쇠퇴하면서 오늘날 거경과 실천의 문제는 우리 생활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채 망각되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신 교수는 지금까지 퇴계학에 있어서 궁리의 문제보다는 거경의 문제에 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탐구해 왔다. 거경을 하면서 궁리를 확대하는 길이 학문에 접근하는 보다 빠른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퇴계학의 이해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는 퇴계 선생의 인품과 생활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번 단행본은 한국의 대표적 성리학자인 퇴계 선생의 평생 동안의 배움과 가르침, 마음과 인격의 수양, 친구 및 제자들과의 도의적 교류, 이단에 대한 철저한 비판 등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퇴계학의 이론적.철학적 측면보다는 퇴계선생의 인품과 생활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편 책 후반부에 실은 퇴계학과 후설의 현상학 및 셸링의 자연철학과의 비교 고찰은 동서 철학의 상호이해와 수용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부록에 퇴계학의 국제적인 연구현황에 대한 소개도 덧붙여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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