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미 뛰면, 큰손은 난다

'작전' 즉 주가 조작이야말로 한국증시를 해치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꼽힌다. 개미(일반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작전주'에 편승해 '대박'을 터뜨리는 꿈을 먹고 산다. 그러나 작전주를 저가에 매수하기도 힘들거니와 잘못 걸리면 회복 불능의 큰 손실을 입는다는 점을 많은 이들은 간과하고 있다.주가 조작을 벌이는 '세력'들이 노리는 것은 일반투자자들의 주머니이며 이들은 일반투자자들과 결코 '피자'를 나눠 먹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사면 주가가 빠지고 팔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 특히 급등주의 경우 살 기회도 주지 않으며 매수에 성공하는 순간 '상투'가 되기 십상이다.

요즘들어 일반투자자들의 주식 실력이 웬만큼 높아짐에 따라 세력들의 작전 수법도 날로 지능화.다양화하고 있다.차트를 통한 투자기법이 일반화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급등 직전에 나타나는 유형의 차트 모양을 의도적으로 꾸며놓고 순진한 일반투자자들이 덫에 걸려 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락하던 주가가 20일 내지 60일 이동평균선과 만나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일반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수법도 발견된다. 데이트레이더들의 매매 패턴을 역이용해 이들을 상대로 차익을 노리고 빠지는 단타 세력들도 횡행하고 있다.우리 증시를 보면 가히 사방이 지뢰밭이라 할 수 있다. 증권사 한 지점장은 "코스닥의 경우 전 종목 가운데 80% 이상이 세력들의 손을 거쳤거나 현재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적발된 시세조종 건수만 해도 210건으로 지난 한해 총 건수(274)에 육박하고 있다.

작전주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 따라주지 않거나 세력내에서 배반자가 생겨날 경우, 당초 작전에 협조하기로 했던 대주주가 보유 물량을 대거 매도할 경우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 ㅅ 종목의 경우 세력들에 의해 주가가 3배 가까이 급등했으나 고점에서 대주주가 10만주의 매도 물량을 내놓는 바람에 주가가 급락, 세력들도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매집한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세력들이 온갖 호재성 뉴스와 공시를 내놓거나 "작전에 들어갔다"는 역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다. 루머나 정보를 믿고 작전주 매수에 가담하는 것 만큼 위험한 투자방법도 없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한 때 작전에 가담하기도 했다고 밝힌 증권사 한 간부는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버리고 기업 내용이 건실한 주식에 정석투자를 하는 것만이 작전 세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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