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미덕이란 권력과 영광을 성취하는 능력에 따라 측정된다"고 설파했다.
그는 애국심, 영광 그리고 미덕이란 3대 덕목을 정치가의 위대성을 재는 척도로 현실 정치학의 효시이며 정치를 최초로 철학과 종교에서 분리독립시킨 원조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가란 여우처럼 교활하여 덫에 걸리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이며, 사자처럼 용맹하여 뭇짐승들을 두려워 떨게하는 위엄을 지녀야한다고 '군주론'에서 역설했다. 여기서 미덕이란 권력과 실력을 의미하며 사자의 용맹과 포효로 뭇 이리떼를 쫓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간사하고 교활하여 어떤 함정에도 빠지지 않는 한편 지혜로움을 소유한 군주야말로 국가경영의 적임자라는 것이다.
요즘 이땅의 정치판을 보면서 마키아벨리가 새삼 떠오르는 이유는 이렇다. 김대중 대통령은 명실공히 국부 이승만 박사와 쌍벽을 이루는, 내일 모레면 80 고령인 '준비된' 대통령으로 4천500만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3년여전에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키며 제2건국을 부르짖었다. 그런데 지금 그 기대와 제2의 건국의 꿈은 어디로 갔는가. 어찌보면 김대통령은 여우의 간계를 참 잘 활용해왔다.
지난 3년반 동안 권모술수정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DJP 공조 정부를 용케도 잘 끌고 왔었다. 그러나 사자의 포효는 어디로 갔는가. 소수여당의 비애란 말도 언필칭 애용하면서 권위와 위엄으로 명실상부한 이땅의 영수로서 정도(正道)정치를 몇번이나 시도했는지 엄중히 묻고 싶다. 정말 이땅의 민주화에 기여한 그 기백과 용맹으로 왜 좀 의연하고 당당한 정치9단의 어르신 정치판을 짤 수 없었던가.
아무리 민주주의가 수의 정치라 한들 명색이 헌법기관이란 국회의원을 임대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초미니 정당에게 손짓하여 이른바 'DJP+알파'란 계수놀이 정치판을 벌이다가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만 것이 아닌가. 참으로 김 대통령에게 형언할 수 없는 연민의 정과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
최근 나는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2, 3m 지근거리에서 뵙는 기회를 가졌다. TV에서보다 훨씬 심한 모습으로 거동, 인간적으로 가슴이 아픔을 느꼈다.
나는 칼럼을 통해서 무슨 고담준론을 전개함도 좋겠지만 장삼이사가 다 쉽게 이해하는 초부표여(樵夫漂女)의 담론도 괜찮다고 본다. 대통령은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여우의 권모술수보다 사자의 의연함과 대담함으로 풀어나가는 대도정치로 새판을 짜야한다. 정치학도로서가 아니라 시정의 한 소박한 필부로서 진언한다.
첫째, 남은 1년반동안 햇볕정책을 완결하려 하지 말고 다음 정권에 맡긴다는 여유를 가져야한다. 이는 한 정권차원이 아닌 민족차원에서 조바심을 버리고 햇볕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김정일의 방남에 집착하지 말아야할 것도 의미한다. 김정일은 최근의 방러와 강택민의 방북으로 자신감을 얻어 대남태도가 더 오만방자할 수 있다. 외교 용어에 역설적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정책을 원용하기 바란다.
둘째, 이번 DJP 공조파기를 계기로 야당을 정말로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대화와 설득의 전술을 사용하기 바란다. 탱고춤은 반드시 상대가 있는 법이다. 지금껏 DJ는 탱고춤을 나홀로 추었다. 독선과 아집의 틀을 반드시 버려야한다.
셋째, 이한동 총리를 가급적 빨리 풀어주고 참으로 신망있는 새 인물을 기용하기 바란다. 모든 정치행위는 도덕적 정당성이 있어야한다. 10여일만에 JP 몫의 건교부장관을 해임한 것과 너무 상치된 처사이며 정치윤리상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過而不改是謂過矣'라고 정말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음이 참으로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소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음은 자명하다.
끝으로 할 수만 있다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당의 총재직을 버려야한다. 진정 80 평생 이땅의 민주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겨레에게 노벨평화상의 선물까지 안겨주었으니 이제야말로 거족, 거국적 정치로 청사에 빛나는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탈당은 불가피하다.
계명대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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