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당 대표 내정을 둘러싼 민주당내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소속 의원들과 지도부가 총재의 내정에 대해 동시에 철회를 요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당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태는 더욱 꼬이고 있다.
청와대의 '밀어붙이기'는 10일 신임 한 대표 체제 인준을 위한 당무회의의 강행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날 김근태 최고위원의 회의 연기 요청을 묵살한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해체요구에 직면한 동교동계 의원들이 김 위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당내에서 동교동계를 대표하고 있는 김옥두 의원은 김 위원의 전날 동교동계 해체 주장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면서도 "말을 신중하게 해야지 인기에 영합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김 위원이 회의에 출석하면서 악수를 청했지만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다.
대표 내정자인 한 실장 계보인 동교동계 박광태 의원도 "자기 입지를 위해 대표 내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한 실장 대표 내정 철회와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했던 김 위원은 "소신에 변함이 없다"며 "기회를 봐서 할 얘기를 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대치상황 속에서도 상당수 당무위원들은 당의 내홍이 표면화되는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민석 위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정리가 잘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대표 인준문제를 놓고 표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분이 이날 당무회의를 계기로 내연의 단계로 들어갈지언정 정리될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김성호.이호웅.정범구 의원 등 초선의원 3명의 탈당 불사 발언으로 시작된 내홍은 이들의 돌출행동 차원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더욱 증폭됐다. 8일 최고위원들이 대표내정 '수용론'과 '불가론'으로 갈려 사태를 더욱 꼬리게 만든 것이다.
특히 청와대와 동교동계 등 측근들의 '독단'은 사태를 완화.진정시키기 보다는 내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인사 독단 문제는 지난 6일 당의 목소리 전달을 위한 김중권 대표의 대통령 면담 묵살에서도 드러났다. 김근태 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던 대표의 면담이 묵살됐다"면서 "이 상황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흥분했다. 초선의원들과 자신의 반발이 청와대와 측근들의 '전횡'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우회해서 밝힌 것이다.
여당이 대표 내정 파동으로 제기된 동교동계 해체문제와 당내 정파간의 힘겨루기는 당장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겠지만 두고두고 민주당을 내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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