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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역사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공저-세계 10여국 번역된 현대고전

'부인을 빌려주는 것이 제도화되어 있는 에스키모 사회에서 가족은 경제적인 결합체에 불과하다. 공동체가 개인의 선택에 관용적이었던 고대 이집트에서는 근친상간이 자연스러운 결합 형태였다. 아들을 올바른 시민으로 교육시키기 위해 골몰하는 로마시민인 아버지가 있었고, 오랫동안 금욕으로 생긴 여자들의 병을 자궁외 질병, 즉'히스테리로 불렀던 로마인들이 있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한 개인의 감정의 원천이며 물리적인 존재와 도덕적인 개인이 형성되는 공간이자 사회조직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단위이다. 너무도 당연하고 흔한 이야기다. 더 이상의 사고를 진척시키기 조차 힘들만큼 가족은 이미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같은 아무런 수식어를 염두에 두지않고 가족을 들여다 본적이 있을까. '가족의 역사'(이학사)는 그런 책이다. '역사와 사회과학의 접목'·'전체와 종합으로서의 역사'를 표방하며 역사 연구방법론의 물꼬를 바꾼 아날학파의 젊은 학자들과 현대 인류학의 비조로 불리는 프랑스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함께 내놓은 저작이다. 이 책은 또 '인류학적 역사'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이들의 연구 성과물이기도 하다.

가족, 그 오래된 세계의 이질적인 유형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며 레비-스트로스 교수는 가족과 가족의 역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족없는 사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먼저 존재하지 않았다면 가족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물학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이 책이 내리는 결론은 가족은 항상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타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패밀리'(가족)라고 부르는 단어의 기원을 라틴어 'familia'에서 찾듯, 이 책은 인류학의 성과만이 아니라 언어학의 성과에도 의지하고 있으며, 고대인들이 남긴 예술작품 해석을 통해서도 다양한 추론을 시도하고 있다.

1986년 초판이 출간된 '가족의 역사'는 세계 10여개국에 번역 소개된 가족사 분야의 현대고전으로 자리잡은 책. 고대시기를 다룬 1권과 중세의 동·서양을 다룬 2권, 근대의 충격과 가족을 다룬 3권으로 구성돼 있으나, 2권과 3권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가족의 역사' 제1권인 이 책을 옮긴이는 명지대 정철웅 교수(사학과)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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