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경찰' 미 안마당 쑥밭

뉴욕과 워싱턴DC 비행기 자살충돌 테러는 보안 허술을 이용한 '테러분자들의 매우 치밀한 음모의 산물'로 분석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웹사이트는 11일 미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테러범들이 항공보안을 피할 수 있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로 보여진다며 공항의 금속탐지기에 의존하는 소수의 보안요원들로는 테러를 막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FBI 관계자들은 피랍된 여객기 조종사들이 지상의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거부했을 경우에 대비, 자살 충돌기 3대에 몇몇 테러분자들이 나눠 타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FBI 관리는 "몇몇 여객기를 동시에 납치할 수 있는 능력을 누가 가지고 있겠는가"라고 말했으며 전 FBI 요원인 존 마틴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매우 잘 조직돼 있고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테러리스트오사마 빈 라덴의 조직원들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법무부 국내치안담당 부서장이었던 마틴은 또 "이번 테러로 모든 미국인들의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수사 당국은 미 정보시스템을 쉽게 돌파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테러분자들이 공항 지상관제요원들의 도움을 받았고 테러 항공기로는 연료를 가득 채웠을 대륙횡단(동부서 서부로) 비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런 테러가 가능했던 음모 공조 정도에 놀랄 뿐"이라며 "음모가 치밀할수록 미 정보기관들이 그것을 파악하려면 더 많은 단서를 포착했어야 했다"며 보안에 허점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사건 브리핑을 받은 의회의 한 소식통은 미 정보관계자들이 빈 라덴의 조직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빈 라덴은 조직화된 공격에 능숙하기 때문에 CIA는 빈 라덴을 테러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 정보 관계자들이 미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로 구성돼 있는 지상관제요원들이 테러작전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리는 이번 테러가 미 연방 범죄로는 국내외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해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수사관들은 비행기가 어떻게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 3곳에 충돌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가장 큰 의문을 표시했는데 한 수사관은 "조종사들이 조종 불능상태에 있었다면 납치범들이 직접 조정하거나 누군가로 하여금 비행기가 스스로 날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테러 음모자들이 미 당국이 미국이 공격받거나 비행기가 납치됐다는 것을 인지하면 모든 항공로가 폐쇄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히 행동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현직 정보관계자들은 빈 라덴이 테러공격에 개입했을 경우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정권 탈레반도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홀부룩 전 유엔주재 미 대사는 "만일 이번 테러에 연루된 사람을 보호하는 국가나 정권은 숨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수사에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반테러 전문가로 빈 라덴에 정통한 요람 슈바이처는 "빈 라덴이 직접 운영하거나 별도로 행동하는 세포들과 연계된 광범위한 조직망을 갖고 있다"며 "그는 매우 신중하고 끈기 있는 음모가로 이런 테러를 자행할 작전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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