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로 자리잡은 후 200여년만에 최대 규모의 테러 공격을 당한 워싱턴은 11일 충격 속에서도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악관과 의사당,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 주요 연방정부 건물은 이날 오전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펜타곤 등에 테러가 발생하자 즉각 모두 직원들을 소개시킨 채 폐쇄됐고 앤서니 윌리엄스 워싱턴DC 시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테러범의 입국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이 폐쇄됐으며 전국의 국내선 이착륙이 일체 동결됐고 야구 등 대부분의 경기는 이날 일정을 취소했다.
미국인들은 말로만 듣던 21세기형 테러가 실제로 발생했고 그것도 미국의 심장부에서 터졌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 금융의 총본산격인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패권주의의 상징인 워싱턴의 펜타곤(국방부의 별칭)을 정통으로 겨냥한 이번 테러는 철저한 준비 끝에 자행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날 테러를 "자유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테러범을 끝까지 추적,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방정부는 펜타곤 등 주요 시설에 군대를 배치하는 등 치안을 대폭 강화했고 치안 당국은 워싱턴 시내 운행을 통제하고 시내로 진입하는 주요 간선도로를 차단한 채 긴급 차량만 통과시키고 있으며 지하철 운행도 제한하는 등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심지어 TV 방송국의 차량들도 이동이 불허돼 워싱턴 시내의 상황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워싱턴에서는 이날 테러가 공공 건물에만 집중됐기 때문에 민간인의 피해는 별로 없으나 피랍된 소형 여객기가 펜타곤에 추락하면서 30여명이 부상했고 이중 6, 7명은 중태로 전해졌으며 펜타곤에서는 사건 발생 다섯 시간이 지나도록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다.
덜레스국제공항은 적어도 12일까지 폐쇄된다고 발표됐고 국내선이 취항하는 로널드 레이건공항도 12일 오전까지는 이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연방정부 청사를 비롯한 주요 건물들이 폐쇄되면서 당국의 조기 철수 지시를 받고 대부분 오전 중으로 철시했다.
펜타곤이 위치한 알링턴 부근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교민 민 모(49)씨는 "아침 영업 도중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이 터져 소리나는 쪽을 보니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며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가게 문을 닫으라는 통보를 받고 일찍 귀가했다"고 말했다.
○…11일 가해진 동시다발적 테러의 표적이 된 미국국방부 건물(펜타곤)은 수리작업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희생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국방부 관리들이 말했다이날 오전 9시45분 아메리카항공 소속 보잉 757기 77편이 충돌하면서 파괴된 펜타곤 서쪽 부분은 건물 개조작업이 진행중이던 곳으로, 입주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이번 항공기 충돌로 인한 사망 또는 부상자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지 TV방송은 최소 28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카항공 여객기에는 64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5각형 건물인 펜타곤은 이번 항공기 충돌사고의 여파로 외곽에 위치한 3개의 돌출부중 1개가 파괴됐으며 충돌후 7시간 이상 화염에 휩싸였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충돌사고 발생후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직원들의 대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 두 대가 테러공격에 이용된 유나이티드 항공은 폭발 여객기에 탑승해 목숨을 잃은 승객들의 유족들에게 일차적으로 2만5천달러의 위로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폭발한 두 대의 여객기에 각각 93명과 175명의 승객들이 탑승했음을 확인했다"면서 "희생된 승객들의 유족들에게 장례비 등 명목으로 희생자 한 명당 2만5천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센터가 테러공격을 받아 구내의 쌍둥이 빌딩이 붕괴된 직후, 뉴욕의 통신망이 거의 마비됐다. 10여 차례 이상 전화 버튼을 눌러야 겨우 한번 통화가 될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통신사정이 갑자기 악화된 것이다.
뉴욕의 당국은 사고 소식을 접한 많은 미국인들이 뉴욕에 거주하는 친지들에게 일시에 전화를 거는 바람에 통신망이 과부하에 걸린 탓도 있지만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 유선 통신회선 등 수많은 통신장치들이 설치돼 있던 쌍둥이 빌딩이 갑자기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주변 한인 업소들이 건물 붕괴전 이미 대피, 인명피해는 거의 없으나 재산피해는 있다고 발표했다.
총영사관은 WTC 입주 한국 업체 중 LA 화재보험 구본석 소장의 소재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을 뿐 그외에는 전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피랍 항공기 한국인 탑승 여부는 항공사들이 승객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현재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등은 가족들에게만 탑승여부를 개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피랍 항공기중 일부가 LA행으로 알려져 있어 한인들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적십자사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뉴욕으로 많은 혈액이 집중됨에 따라 시민들에게 헌혈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인간광우병 예방책으로 헌혈기준을 대폭 강화한데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혈액난을 겪어왔다.
LA 지부는 이미 혈액비축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보유중인 혈액 일부를 뉴욕 등지로 보내기로 했다.
따라서 현지 병원들은 적십자사로부터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로 민간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11일 오전과 오후에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2편의 대한항공 여객기도 운항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에 도착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여객기는 미니애폴리스로 회항했으며 오후 7시에 앵커리지를 경유해 도착할 예정이던 여객기는 캐나다의 화이트호스에 착륙해 미항공당국의 이착륙 금지조치가 해제되길 기다리고 있다미항공당국은 현재 적어도 12일 정오까지는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발표해 놓고 있다.
대한항공 뉴욕사무소에는 비행기 운항일정을 묻는 문의전화가 간간이 걸려오기는 했으나 비행기 이착륙 금지소식이 미리 전해진 데다 전화불통 사태로 오히려 평소보다 전화통화가 더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9월이 항공수요 비수기로 예약손님이 적기 때문에 내일 중에라도 비행기 이착륙 금지가 해제되면 승객을 실어나르는 데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했다.
○…여객기 두 대를 이용한 자살테러 공격으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지 7시간 뒤인 11일 오후(현지시간) 무역센터 내의 또다른 건물이 붕괴됐다.
미 CNN방송은 무역센터 내의 7호(號) 건물인 47층짜리 건물이 이날 오후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무너지는 장면을 중계보도했다.
이에 앞서 몇 시간 동안이나 불길에 휩싸였던 이 건물과 주변 지역은 건물 붕괴위험 때문에 구조요원들도 출입하지 못하는 통제구역으로 선포됐었다.
○…세계무역센터 일대가 사건 직후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맨해튼에 출근했던 시민들은 최악의 교통난 속에 도보로 맨해튼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민들이 6.25전쟁이 발발한 후 한강철교를 건너 서울을 빠져나가듯 맨해튼 밖에 사는 뉴욕시민들은 맨해튼과 뉴저지, 뉴욕시의 동부 지역 구인 퀸스를 연결하는 다리를 걸어서 대피했다.
사고 발생 후 승용차 편으로 맨해튼을 빠져나가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리는 등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에 이들은 차는 직장 등에 남겨두고 서둘러 맨해튼을 빠져나갔다.
이미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이 두개 다 붕괴됐기 때문에 이 곳 사무실 출근자들은 출근할 곳도 없어지게 됐으며 그만큼 맨해튼의 도시기능이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역에 대한 동시 다발 테러사건이 벌어진 11일 이스라엘은 전세계 해외공관에 대피령을 내리고 영공을 폐쇄하는 등 비상조치에 착수했으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 직후 전세계 해외공관에 대피령을 내리고 영공을 24시간동안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군도 사건 직후 비상 경계에 돌입했다고 이스라엘 TV방송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전세계 이스라엘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으며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경비도 강화했다.
아리엘 샤론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테러리즘에 대한 전면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샤론 총리는 이스라엘의 테러 피해경험을 살려 미국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인명구조단을 포함한 이스라엘 군 지원팀이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밝혔다.
시리아 방문을 위해 가자공항으로 향하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은 이스라엘 당국의 영공폐쇄 소식을 듣고 가자시티로 돌아왔으며 육로로 이집트로 간 뒤 시리아행 항공기에 오를 계획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거리로 몰려나와 공포를 쏘아대며 이번 사건을 축하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나블루스, 툴카렘, 베들레헴 등 요르단강 서안도시와 동예루살렘 등에서는 주민들이 몰려나와 이번 사건에 환호를 보냈으며 운전자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려대고 무장단체 요원들은 허공에 공포를 발사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그러나 이번 사건 직후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을 비난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미구엘 앙헬 모라티노스 유럽연합(EU) 중동특사와 회담한 뒤 "이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를 전적으로 비난한다"고 강조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이날 "우리는 어떤 경우의 테러리즘도 비난한다"며 "상상할 수 없는 가공스런 사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가 단일기업으로는 최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 스탠리는 자사 직원 3천500명이 세계무역센터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는 테러를 당한 두 동의 건물 전체 입주 공간 가운데 10분의1 가량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모건 스탠리 런던 지사의 대변인은 남쪽 타워에 2천500명, 북쪽 타워에 1천명의 직원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그러나 사건 당시에 몇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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