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필로그

무서운 10년. 적어도 농업에 관한 한 우리의 환경이 그 세월만큼 가파르게 변한 경우는 그야말로 '단군 이래' 처음이라고들 한다.

2차 대전 후의 세계 경제 규범이었던 GATT 체제가 그때그때 추가 규정을 만들려 벌여 왔던 모임, '라운드'라 불리던 이 모임이 1986년 9월 우루과이에서 마지막 라운드(UR)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남의 일 보듯 했었다. 그러나 드디어 우리 정부까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농업에 돈을 넣기 시작한지 어언 10년.

그 사이 UR은 1993년 12월 타결의 종을 울리고 GATT에서 WTO(세계무역기구)로 경제 질서의 체제를 넘겨 줬다. 그게 1995년 1월1일. 이래서 우리는 쌀 시장만은 2004년까지 닫아걸어도 양해하겠다는 최소한의 양보만 얻어 낸 채 다른 모든 농축수산물 시장을 열었다. 때만 기다리고 있던 서양의 온갖 과일들이 우리의 백화점은 물론 재래시장 노점까지 점거하기 시작했다. 고사리는 중국 것이 자리를 뺏었고, 심지어 미꾸라지까지 중국산 천지가 됐다.외국산 소고기들은 이제 절반 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곳곳에서 마늘 수입, 고추 수입 문제로 싸움이 벌어졌다. 호주의 살아 있는 소가 경주로 밀고 들었을 때 농부들은 목숨을 걸었다. 이들은 살아야겠다고 외치지만 아직 길은 보이지 않았다. 많이들 농촌을 등졌다. 국가가 농업에 100조원이나 되는 돈을 넣는다고 하나, 과연 우리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확실한 조짐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더 힘들지 모를 상황이다. 이제 쌀조차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농업 시장을 열도록 재주를 넘은 것은 미국이었지만, 아마도 앞으로 우리의 돈을 노릴나라는 중국이리라는 것이 모두의 관측이다.많은 실패를 동반했던 100조원 사업. 그러나 우리는 또 얼마를 어디다 부어야 할까? 농부들이 불안해 방황하는 사이 정치권은 늘 선거나 정권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 시리즈는 격랑의 지난 10년을 힘닿는 데까지나마 짚어 보자고 발길을 내디뎠었다. 물론 코끼리 만지기에 그쳤지만, 그래도 함께 애쓰면서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다. 흙 묻은채로 논두렁 밖으로 마중 나오시던 농업인들, 경북도청.농림부.농촌경제연구원.농협.연구소.학계 등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그 열성에 보답하고자 취재팀은 이제 중국의 농업 현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귀국하는 대로 본 것을 보고 드릴 참이다.

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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