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테러 대참사-세계 각국 반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늘 미국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한 야만적 연쇄 테러행위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위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런 비인간적 행동은 꼭 응징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전체 국제사회가 테러리즘과의 싸움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또 대(對) 국민 TV 연설을 갖고 "사고로 인한 희생자와 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 오늘 사건은 한 나라의 국경을 초월하는 사건이며, 전 인류에 대한 경고장"이라면서 "이번 사건은21세기의 역병인 테러리즘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러시아의 기존 제안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미국 국민과 미군에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며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희생자 중에는 미 국방부 관계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원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는 "문명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슈뢰더총리는 이날 긴급 연방안보회의를 주재한 후 "독일 정부는 테러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독일 국민은 어려운 처지를 당한 미국을 돕겠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적이고 끔찍하다"고 표현하고 이같은 테러 행위는 인류 문명의 기본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다른 유럽국가 지도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앞서 슈뢰더 총리는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연쇄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한 사건에 대응해 긴급 연방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저녁(현지시간) 국방부와 외무부 고위 관리가 참석하는 연방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국가시설물에 대한 안전대책을 논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1일 오후 9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유럽, 캐나다 등을 회원국으로 둔 대서양 양안의 최대 군사동맹기구인 나토는 조지 로버트슨 사무총장 명의로 나토 주재 회원국 대사들의 비상회의를 소집했다.구체적인 회의 의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에 대한 대규모 동시다발적 테러발생과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는 나토는 이날 오후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테러로 붕괴하자 핵심 관계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원부서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또 유럽 전역에 주둔 중인 미국 군대도 군인과 군속의 안전 강화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고도경계태세에 돌입했다.

○…런던증권거래소, 로이드보험빌딩, 카나리와프, 냇웨스트타워 등 런던 중심가의 대형 빌딩들은 11일 뉴욕과 워싱턴에 가해진 테러공격의 다음 목표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근무중인 근로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또 런던 금융가인 더 시티에 자리잡고 있는 미국계 은행들과 영국 기업들은 직원들을 일찍 귀가시켰다.영국내 최고층 빌딩인 카나리와프에서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고 화재경보가 울렸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알아서떠났다"고 말했다.

한편 스코틀랜드의 발모랄성에 머물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뉴욕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테러공격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여왕은 또 이날 테러공격으로 친지를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새로운 테러공포에 떨고 있다. 아랍계 자국민이 테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지녀온 게 사실이지만 자살폭탄 테러에 나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이스라엘이 지난해 9월말 팔레스타인과 유혈 분쟁을 시작한 이후 크고 작은 테러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자살폭탄 테러로 인한 희생자도 속출했다. 그러나 9일 지중해 연안 도시 나하리야 기차역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공격은 바로 자국민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인들에게 전에 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범인을 포함해 사망자 4명과 부상자 40여명을 낸 나하리야 자폭테러사건의 범인인 무하마드 하바시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 밝혀졌다. 그는 아랍계이지만 엄연한 이스라엘 국민이며 살아온 곳도 이스라엘 북부 도시 아부 스난이다.

하바시와 같은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은 100여만명에 달한다. 이는 이스라엘 전체 국민의 20% 가까운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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