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남성의 상품화'바로 보자

'나의 왕비여!' '아름다운 나의 노예, 폴!'

경험 풍부한 왕비가 순진하지만 정열적인 젊은 남자를 유혹하는 소설 'Three Weeks'는 남자가 여자를 꾀는 것이 하나의 정석이었던 이전의 소설과는 달리 남녀의 역할을바꾸어 미국여성들의 숨겨진 욕망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1907년 발표이후 최대의 베스트 셀러가 되어 영화화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대중문화에서 남자의 '성(性)'이 상품화되고 있다. '마음이 고와야 남자지…'라는 신세대 노랫말이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CF에 등장한 고소영은 남자들의엉덩이를 소리가 나도록 치며 거리를 활보하고, 장동건은 3컷의 광고에서 처음에는 가슴을 풀어헤치고 다음에는 클로즈업, 마지막에는 옆모습을 보인 후 '그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한번쯤 그를 갖고 싶다' '내 마음속에 새로운 연인이 들어왔다'로 이어지는 카피를 내 놓았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마광수 교수의 애제자를 자처하는 남승희는'나는 미소년이 좋다'는 문화비평서에서 "남성의 성(性)을 상품화하는 전략을 통해 남녀가 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의 기초를 쌓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근육질 남자가 아닌 예쁘고 귀여운 남자를 선발하는 '잘생긴 남자 선발대회'가 열리고, 백화점 판촉요원으로 미소년이 등장하여 '미소년도 보고 쥬스도 드세요'라는 문구로 여성을 유혹하기도 한다.

영국출신의 아동심리학자 비덜프 박사는 남성의 평균 수명이 여성보다 짧고(지난달 발표된 9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남성은 71.71세, 여성은 79.22세) 학교에서 품행에 문제 있는 아이들의 90%와 학습에 문제 있는 아이들의 80%가 남성이며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의 90% 이상이 남성(대구 모 교도소는 남성이 97%)이라며 '지금은 남성의 시대가 아니다'고 단언한다.온실에서 자라는 화초는 주인이 매일 쓰다듬으면서 '잘 자라라'라고 소곤대면 정말로 때 이른 꽃을 피운다. 그 까닭은 주인의 보살핌에 은혜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무에게 사람의 손길은 무척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빨리 꽃을 피우고 죽기로 작심했기 때문이란다. 여성의 미소년에 대한 애정도 그들의 이상형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성의 끝없는횡포에 대한 투쟁인 듯 하다. 그렇다면 지금 남성은 귀엽게 보이기 위한 노력보다는 여성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일부터 해야하지 않겠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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