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우편물이나 e메일을 받는다. 대개가 물건의 구매를 권유하는 것인데, 과연 나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동시에 불안한 느낌도 든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생활이 엄청나게 편리해 졌지만 또한 그만큼 우리가 '프라이버시'라고 부르는 사생활의 비밀도 보장받기가 어려워졌다.
이제는 어떤 사람의 전화통화, 신용카드, 예금계좌, 전자우편, 통신을 통한 물건구매, 인터넷에 출입한 홈페이지 등을 조사한다면 그 사람의 행적과 성향까지 거의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미국에서는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사람의 비디오 가게 대여기록을 입수, 누출한 기자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CCTV나 전자출입카드 등이 널려있어 흔적을 남기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어려워져 조지 오웰이 말한 '빅 브라더'가 엉뚱한 방향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통사회의 작은 마을에서는 모든 사람이 모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 대하여 세세히 알고 있었지만 그 역(逆)으로도 마찬가지여서 누구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는 나는 타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데 비하여 나에 대한 정보는 누군가가 다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마치 외국 영화에 나오는, 밖에서는 환히 보이지만 안에서는 밖은 어둠뿐인, 경찰서의 용의자 확인실에 서 있는 것 같은 막막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프라이버시를 희생하여 얻은 보상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버려 무작정 과거로 되돌아가기를 원하지는 않게 되었다. 어차피 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칩거할 수 없다면 항상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올바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약 150년 전에 이미 미국의 시인 에머슨은 '죄를 지을 테면 지어 보라/ 세상은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노래했다.
경북대 강사·가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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