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아무러기로 청년들이평안이나 행복을 구하여,

이 바다 험한 물결 위에 올랐겠는가?

첫번 항로에 담배를 배우고,

둘쨋번 항로에 연애를 배우고,

그 다음 항로에 돈맛을 익힌 것은,

하나도 우리의 청년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늘

희망을 안고 건너가,

결의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은 느티나무 아래 전설과,

그윽한 시골 냇가 자장가 속에,

장다리 오르듯 자라났다.

그러나 인제

낯선 물과 바람은 빗발에

흰 얼굴은 찌들고,

무거운 임무는

곧은 잔등을 농군처럼 굽혔다.

-임화 '현해탄'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결의에 찼던, 그러나 비극적인 시인의 시이다. 그 만큼 그는 식민지시대와 해방공간에서 민족문제와 현실에 대해 남성적인 톤으로 열렬히 노래했다. 이 시는 새로운 사상에 대해 희망을 안고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공부하러가는 식민지 청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인은 미군정의 탄압을 피해 월북했지만 북에서는 미제 간첩이란 이름으로 처형당했다. 최근 공개된 한 문서에 의하면 그는 실제로 간첩이었다고 한다. 가혹한 민족의 운명을 그에게서 다시 본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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