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월 빈 라덴이 배후 지목

미국이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로 반미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 그를 보호중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행동 돌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그러나 지금까지 미 당국이 밝힌 수사내용과 정보 등으로 볼때 빈 라덴이 이번 테러를 지휘, 조종했다는 혐의는 정황에 근거하고 있을 뿐 명백한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14일 현재 50여명의 테러용의자가 지목돼 수사가 급진전을 보여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라는 사실은 확실시 되고 있으나 빈 라덴이 배후라는 결정적 증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FBI 등 미 수사당국은 이번 테러가 빈 라덴 휘하의 '알 카에다' 조직이 배후라는 결론을 내리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테러 사건의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했다는 점은 미 행정부가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 수사내용은 물론 발표하지 않은 1급정보 등을 근거로 테러사건 배후실체에 대한 잠정 결론을 내렸음을 시사하고 있다.미국이 빈 라덴을 지목한 것은 엄청난 재력과 치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대미문의 동시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배후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이라크 등 국가차원에서 이번 테러가 지휘됐을 가능성이 낮을 경우 회교 무장세력중 미 본토에서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기상천외한 전술을 동원해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배후는 빈 라덴과 그 추종세력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빈 라덴 이외에도 다른 회교강경세력들이 공동전선을 구축, 이번 테러를 감행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빈 라덴의 개입이 확실시 되는 것으로 미 당국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FBI는 현재 빈 라덴의 테러사건 연루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빈 라덴과 그의 지지자들간의 통화내용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미 상원 법사위원회소속의 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 오린 해치는 미 첩보기관이 빈 라덴이 지지자들과 세계무역센터 및 국방부에 대한 공격을 논의하는 통신을 감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해치의원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첩보기관들은 빈 라덴이 두 군데 목표물이 폭파됐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점과 그와 관련 있는 인물들을 포함한 일부정보를 중간에 빼냈다"고 밝히며 빈 라덴이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빈 라덴과의 테러용의자간 통화에서 "두개의 목표물이 명중됐다"는 내용이 감청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수사기관들은 희생된 4대의 비행기 가운데 한 대에 탑승한 인물이 빈 라덴의 조직과 관계가 있다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자료들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어 사실여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편 빈 라덴 당사자는 자신의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슬람 무장단체의 기관지인 파키스탄의 아우사프 지(紙)는 12일 편집인 명의로 실은 기사에서 빈 라덴의 특별 대변인이 빈 라덴의 테러 개입을 부인하는 성명을 낭독했다고전했다. 빈 라덴은 그러나 "압제자에 맞서고 있는 피압박자들의 반발"로서 이번 테러를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테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부분 회교 테러단체들이자신의 소행임을 밝혀왔던 관례로 비춰 볼때 빈 라덴의 개입의혹 부인은 의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빈 라덴이 이번 테러가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았고 이후 전개될 미국의 보복등을 우려, 사건자체를 부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빈 라덴이 배후라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회의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월드아 미스의 찰스 헤이먼 편집장은 "최근 수년간 빈 라덴에집중된 정보활동이 많았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밖으로 통신량이 늘어나기만 해도 포착됐을 것"이라며 빈 라덴의 배후지목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탈레반도 "테러의 배후로 거론되고 있는 빈 라덴은 이번과 같은 대규모 테러를 자행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이나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빈 라덴의 개입 가능성을일축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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