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 참사, '불안 신드롬' 형성

미국 테러 대참사가 한국사회에도 갖가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미주 지역을 상대하는 섬유, 안경테, 의류 수출업체 종사자들에 타격을 가한 테러의 불똥은 일반시민들에게도 테러의 공포와 고층빌딩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불안심리나 우울증을 나타내거나 심할 경우 정신적인 충격이나 외상을 받은 후 보이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세 같은 호소가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산시 한 아파트 18층에 사는 조모(52.여)씨는 TV에서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연일 되풀이 방송하는 것을 본 뒤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밤에 누워있으면 아파트가 무너지는 환영이 보여 선잠을 잔다"고 말했다.

인터넷 테러전문 사이트 게시판에도 테러에 대한 우려와 전쟁 발발 불안, 경제 타격 걱정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테러 발생 직후인 12일부터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 '다음'에 개설된 '테러 대화방'에는 지금까지 2만4천여명이 등록해 3천900여건의 각종 의견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폭탄 테러에 대해 미국이 초 강경 보복입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세계 3차대전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두려움을 나타냈다.

네티즌 김형진씨는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분단상황인 우리나라의 현실상 미국의 테러사건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대구시 북구 안경수출업체인 ㅈ사에 근무하는 김모(35.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올 하반기쯤 미국 경제가 살아나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받지 못하고 있는 상여금도 잊은채 열심히 일 했는데..."라며 "요즘은 회사 동료들이 모두 출근하면 신문이나 TV의 미국 소식에만 매달려 있다"고 허탈해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곽모(29.대구시 달서구 성당동)씨는 "이제나 저제나 우리나라 경기가 좋아져 취업문이 넓혀질 것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데...학교 도서관에 나와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미국 테러사건이후 '붉은 폭풍' '적과 동지' '패트리어트 게임' 등 미국과 중동의 테러문제를 다룬 톰 클랜시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이번의 미국 테러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폭발사고 등 간접적으로 체험한 경우에도 정신적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김정범 교수는 "심약한 사람일수록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장시간의 대화나 신문, TV시청을 가급적 피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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