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축구 '수비 불안' 치료 불능?

한국 축구가 「수비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5기」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1차평가전에서 전반 포백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2실점했으나 후반 상대의 체력 저하를 틈타 이천수와 최용수가 한골씩 만회, 2대2로 힘겹게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히딩크 감독 출범 이후 12차례의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서 5승4무3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김태영-강철-김상식-최태욱으로 포백을 구성하고 최용수와 황선홍을 투톱으로 배치하는 4-4-2전술로 경기에 나섰으나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막지 못했다.

수비수들은 상대의 빠른 돌파에 번번히 뚫렸고 이을용-김남일-송종국-안효연의 미드필드진도 어설픈 패스로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반면 2진급으로 구성된 나이지리아는 14명만 경기에 참가, 당초 졸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빠르고 정교한 패스로 한국 문전을 위협하는 등 내년 월드컵 본선 진출팀다운 매서움을 선보였다.

나이지리아는 전반 8분 아칸지의 문전 돌파에 이은 스루패스를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은두케가 오른발로 가볍게 차넣어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은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전반 24분 김상식이 파울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고 전반 38분 최태욱이 걷어낸 볼이 은두케에게 연결돼 한골을 더 내줬다. 한국은 후반 이천수와 최성용을 교체 투입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후반 3분 최용수가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하지 못했으나 한국은 교체 멤버조차 갖추지 못해 체력이 떨어진 나이지리아를 거세게 몰아부쳤고 후반 20분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최용수가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오른쪽을 돌파, 중앙으로 밀자 이천수가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33분에는 이천수가 찬 코너킥을 최용수가 방향을 바꾸는 헤딩슛으로 골문을 갈라 2대2로 균형을 잡았다. 김교성기자

'수비불안'의 고질병이 2002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구축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13일 나이지리아와의 1차 평가전에서 또 다시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내 내년 월드컵의 선결과제가 무엇인가를 생각케 했다.

수비불안은 대회때마다 드러나는 한국축구의 부정적인 단골 메뉴로 언론과 축구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고쳐질 기밀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2진으로 구성된 나아지리아와 힘든 경기를 한 이유도 고질병이 어김없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변함없이 포백(4Back)을 고집, 김태영-강철-김상식-최태욱 라인을 가동했으나 개인기를 앞세운 상대의 현란한 드리블과 한 번의 전진패스에 쉽게 구멍이 뚫리는 모습을 보였다.

포백 중 최태욱과 김상식은 소속 구단과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 나서다가 처음으로 수비수로 투입된 케이스. 최태욱과 김상식은 공격형, 수비형미드필더를 주로 맡아 수비에서는 별로 노하우가 없었다.

전반 8분 한국은 수비수들의 개인기 부족으로 선취골을 내줬다. 존 우타케가 미드필드부터 단독 드리블하고 들어오다 중앙수비수인 김상식과 강철을 잇따라 개인기로 따돌리며 추쿠 은투케에게 패스, 쉽게 골문이 열렸는데 커버플레이까지 이뤄졌음에도 한 선수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후 네덜란드에서 뛰고 있는 펠릭스 알라데산미도 20여m를 드리블하면서 최태욱과 김상식을 가볍게 제치고 골문 앞까지 돌파하는 등 대인마크 실패 사례를 수차례 드러냈다.

두번째 실점은 개인기와 시스템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미드필드에서 송종국이 뺏긴 볼이 곧바로 최전방으로 연결됐는데 한 순간에 포백이 무너졌고 최태욱이 볼을 잘못 걷어내 실점으로 연결됐다.

후반전 한국은 전반전에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송종국을 수비수로 내려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이마저도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쓰리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내 축구인들의 조언에 아랑곳없이 포백을 고집하고 있는 히딩크감독이 언제 시험을 끝내고 만족할만한 수비라인을 가동할 지 의문이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이천수(21·고려대)가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진가를 발휘,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받게 됐다.

이천수는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안효연과 교체 투입되면서 전반 활로를 찾지 못한 한국의 공격력을 일깨웠다. 후반 21분 최용수가 밀어준 볼을 가볍게 오른발로 성공시켰고 후반 33분에는 코너킥으로 최용수의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1골 1어시스트.

왼쪽 날개에 포진한 이천수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한박자 빠른 센터링으로 상대 진영을 여러차례 휘저어 히딩크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천수는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99년 9월 A매치 데뷔전을 했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아 「밀레니엄 스타」로 인정받았고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한국을 8강에 올려 놓을 것으로 기대받았다.

그러나 칠레와의 예선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발로 가격, 퇴장당했다. 그 여파로 한국은 예선탈락했고 이천수는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벌금과 4경기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 초에는 새로운 사령탑 히딩크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대표팀에서 한동안 제외돼 있었다.

다행히 이천수는 국내 코치진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 유럽전지훈련때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됐다. 유럽전지훈련에서 히딩크는 이천수에 대해 『실전경험이 부족하지만 기본적으로 OK』라고 평가. 이에 힘을 얻은 이천수는 당시 체코전에서 「홀로」 두각을 보였고 이번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히딩크를 흡족하게 했다.

172cm,62kg으로 몸싸움에 약하고 시드니올림픽에서 드러났던 「자제력 부족」이 흠이다.

김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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