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주로 봄, 가을에 좋은 날을 잡아 가족, 친지들만 모시고 혼례식을 올렸다. 그러나 요사이는 결혼식을 많이 하는 계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가끔씩 예식장에 가보면 그야말로 문전성시요, 인산인해다.
주차장엔 자동차의 물결로 가득차 있고, 예식장엔 실(室)마다 축하객들로 붐비며 식당이란 식당에는 예식장 손님들이 줄을 지어 드나든다. 혼례를 축하하러 온 건지, 점심을 먹으러 온 건지 분간 못할 정도로 오히려 식당이 더 붐빈다.
지난 해 겨울이었다. 초등학교 동기생이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보내왔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쉰 살에 결혼을 한다니, 무엇을 하느라고 이제 결혼을 하는지. 처음에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인가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그리고 추신으로 당일 사회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안동까지는 버스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일평생에 단한번의 부탁인데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가서 축하해 주기로 했다. 예식 30분 전에 부속 건물인 지하 다방에 도착했다. 주례, 사회자, 신랑 모두가 초등학교 동기생이니 참으로 다정다감한 이색 결혼식이라고나 할까?
결혼식은 약속된 시간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축하객석에서 재미있는 말이 들렸다. 주례, 사회자, 그리고 신랑이 모두 너무 늙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랑과 친구란 말인가? 예식을 마치고 신랑, 신부가 신혼 여행을 떠나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쪼록 늦게 맺은 한쌍의 원앙인데 오래오래 더 잘 살아야지. 신정을 며칠 앞둔 차가운 겨울이지만, 친구의 새 가정에만은 더욱 따뜻한 행복이 가득하길 빈다.
아동문학가·대구지산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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