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앙고속도 테마기행(3) 춘천

그냥 물빛만 바라보고 있어도 세상 시름 정도는 잊을 수 있는 거대한 호수. 새벽녘 호반을 휘감고 도는 물안개까지는 욕심이었을까. 일교차가 큰 날일수록 뭉게뭉게 피어난다는 물안개. 대신 해질녘 소양호의 저녁 노을을 지켜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강원도 춘천. 춘천은 벌써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다. 파란 하늘을 닮은 호수에다 댐주변 길섶의 코스모스, 일찌감치 누런 치장을 준비하는 활엽수들까지….

◈사방 어디나 있는 물길

북한강 물줄기를 막으면서 생긴 호수들(의암, 춘천, 소양호). 그 호수들이 부근에 자리잡게 되면서 춘천은 사방 어디를 가나 흔해진 물길을 만나게 됐다. 이름하여 '호반의 도시'. 잊혀진 서정과 낭만을 일깨워 주는 도시. 그래서일까. 춘천가는 길은 왠지 길손을 설레게 한다.

춘천여행의 일번지는 소양호. 그리고 소양호를 건너 찾아가는 산사 청평사다. 우선 소양댐에 오르면 탁트인 소양호 왼쪽으로 '소양강 다목적댐'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과 모터보터들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지난 73년 국내서 처음 만들어진 다목적 사력댐(바위, 모래, 자갈을 쌓아 만든 댐)인 소양댐은 댐 자체로도 장관이지만 저수용량 29억t, 만수위때 물깊이가 198m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북한강 줄기 하류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등의 수위를 조절하고도 남는 수량이라는 관리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장대한 댐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다고 한다. 무려 4천600여 가구가 대대로 물려받은 농토와 집을 떠나야 했다는 이야기이고 보니 눈앞에 보이는 소양호가 수심에 잠겨 있는 듯도 하다. 댐 정상주변에는 간이식당 구실을 하는 알루미늄 상자 상가가 늘어서 있다. 옥수수, 감자전 등 고향정취가 묻어나는 정겨운 차림표로 강원도 아줌마들이 손짓한다.

평일에는 승용차로 바로 댐까지 올라올 수 있으나 주말이나 단풍 관광철에는 입구 주차장에 주차한 뒤 셔틀버스나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지금 소양호의 물은 지난 봄 가뭄때문인지 10m이상 빠져 있다. 그래서 만수위의 포만감은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 청평사로 향한다.

◈소양호에 발 담근 청평사

'섬 속의 절'청평사는 소양호 선착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소양호에 발을 터억 담그고 있는 오봉산 아래에 자리한 작은 절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소양호 때문에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른다. 이 아담한 절집을 만나려면 뱃길로는 10분.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을 실은 유람선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소양호 수심을 바쁠 것 없다는 듯 유유히 가른다.

매표소를 지나면 구성폭포. 높이 10m로 규모는 작지만 물이 떨어질 때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하여 구성폭포다. 귀를 기울여 보자. 몇발짝 더 가면 오른편에 작은 연못 영지(影池)가 나온다. 고려연못이다. 고려시대 이곳에 숨어든 이자현(1061~1125)이 만든 고려정원의 일부분이다. 석축을 쌓고 바로 곁의 계곡물을 끌어들인 영지는 이자현이 처음 만들때 오봉산 그림자가 비치도록 했다고 한다.

◈아홉소리 난다는 구성폭포

장수샘을 지나면 회전문. 회전문 못미쳐 곧게 뻗은 소나무 두 그루가 길 가운데 서 있다. 사천왕문이 따로 없는 청평사의 일주문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고려시대 사찰이지만 온전히 남아있는 것은 달랑 회전문 하나. 한국전쟁통에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고 한다. 다만 잘 다듬어진 석축 등으로 미루어 예전 전성기의 청평사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배에서 내려 절로 가는 20분 거리에 이처럼 오밀조밀한 볼거리를 거쳐 청평사를 만난다. 천년 고려사찰로 향하는 길, 세상 근심 덜고 홀가분하게 돌아오기에 그만이다. 대구답사마당(053-423-1885)은 11월 3, 4일 무박 2일 일정으로 소양댐·청평사를 찾아가는 가족테마여행을 떠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중앙고속도 춘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외부순환도로를 타면 소양호 가는 길을 만난다. 그러나 초행일 경우는 시내로 진입,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는 편이 수월하다. 춘천시내에서 25분 거리. 춘천호도 비슷한 거리에 있다.

△도립 화목원(춘천시 사농동)=강원도 향토수종 중심으로 4만7천여그루의 나무와 야생 초화류가 자태를 뽐낸다. 춘천 마임축제 주공연장인 '물의 나라 꿈의 나라'건너편에 있다. 관람료 무료. 동절기(11월 이후)에는 폐장여부를 미리 문의해 봐야 한다. 033)243-6012. △중도=남이섬처럼 의암호 한가운데 떠있는 호수속의 공원이자 춘천시민들의 쉼터. 1천여명 수용 규모의 청소년야영장도 있다. 특히 선사시대 유적이 있어 아이들 교육장으로도 발길이 잦다. 중도관리사무소 033)242-4881. △실레마을='동백꽃'·'봄봄'의 작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마을이자 작품 산실. 실제 실레마을에서 머문 것은 불과 2년여에 불과하지만 이 기간동안 무려 30여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경춘선 신남역 부근의 춘천시 신동면 증리에 가면 안내판이 곳곳에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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