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남미, 아랍테러분자 활동 온상

사상 최악의 테러사건 직후 미국 수사당국이 13일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아랍계테러용의자 소재 및 주민동향 파악을 협조요청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수사당국은 "이미 1∼2주전 아랍계 테러용의자들이 멕시코로 잠입했다"는 첩보를 멕시코에 넘긴데 이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 대해서는 3개국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아랍계 주민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중남미는 아랍계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큰 상권을 형성, 거대한 부(富)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자금 확보가 절실한 과제인 테러분자들에게는 활동거점이 되기에 알맞은 곳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미정부가 지적한 것처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3개국 접경지역은 밀수천국인데다 인종구성이 다양하고, 인구인동이 잦은데다 열대우림을 갖춘세계적인 관광지라는 점에서 진작부터 아랍계 테러분자들의 은신지역으로 주목을 받아왔던 곳이다.

파라과이의 시우닷 델 에스테와 브라질의 포스 데 이과수,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과수가 바로 접경지역 도시로, 특히 시우닷 델 에스테는 전체 주민 20만여명중외국인이 26%를 차지하고 있다.

시우닷 델 에스테 거주 외국인 가운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 아랍계가 가장많고(38%), 그 다음이 브라질계(31%)와 중국계(25%)이고, 나머지는 한국계와 일본계(각 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의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이 곳 주민들은 주로 전자제품과 자동차 밀수를 주업으로 삼고 있어 연간 밀수품 거래액만도 3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관계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헤즈볼라(神黨)를 비롯한 이슬람 과격단체에 소속된 테러분자들은 활동은폐가 쉽고 밀수를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한 이들 지역의 이점을 이용해 테러활동의 거점을 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2년과 94년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이스라엘대사관 폭파사건(30여명 사망)과 유대인 상조회관 폭탄테러(1백여명 사망)는 이 지역에서 사전훈련을 받은 테러분자들이 저지른데다 사건후 이 지역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아르헨티나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파라과이 등 3개국은 두 사건 이후 접경지역이 테러분자들의 활동 온상이라는 판단아래 지난 95년 反테러협정을 체결, 공조수사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멕시코 역시 레바논을 비롯한 아랍계 상인들이 직물 원단과 의류 시장을 장악하면서 유대인과 더불어 많은 부를 축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멕시코로 잠입한테러용의자들은 '배후인물'들의 도움으로 잠적했거나 제3국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용의자 검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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