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 획일화 시정-학교재단 찬성

여러 긍정적 측면들도 있었지만 고교 평준화가 수반한 교육의 획일화 등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 개선 여론이 교육계 안팎에서 수차례 제기된 시점에서, 자립형 사립학교 시행을 결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세부적인 방안에서는 미흡한 점들이 적잖이 발견된다.

먼저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대상 학교를 극소수로 제한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사학'의 본질 내지 개념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사학이란 설립 및 제반 운영에 있어서의 자율권 보장을 전제로 해야 하는 형태지만 우리 현실상 국.공립학교의 역할을 함께 맡아왔다. 이는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사학이 대리해왔음을 의미한다. 학교운영의 주권을 운영 당사자에게 이관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손상.억제돼온 사학의 참모습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립학교가 이미 대상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선진화된 교육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선정기준으로 두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투여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납입금 액수를 제한하고 학교재정의 완전한 자립화를 요구한다. 납입금 책정 기준 역시 획일적이다. 다양하게 책정돼서 안될 이유가 반드시 있는가?

끝으로 운영의 자발성을 중대 항목으로 정해 놓고 그것의 구체적 형태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컨대 학교운영위원회에 왜 꼭 외부 인사가 개입해야만 하는가? 의사결정과정 참여자의 다양화는 좋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비능률만 초래할 뿐이다.다행히도 자립형 사립학교는 아직 시범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성급하게 시행하더라도 한시적이고 과도적인 실험으로 그치면 좋겠거니와, 장기적으로는 사학 운영을 완전히 자율화해야 한다.

권희태(사립중.고 법인협의회 대구시 회장)

◈교육불평등 심화-전교조 반대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을 신청한 27개교 중에는 매년 수십억의 정부보조금을 받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건학이념이나 재정자립도 측면에서 전혀 여건이 갖추어지 않은 학교들로,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 취지가 처음부터 어그러지고 있는 것이다.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단순히 몇 개의 학교가 새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중등교육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먼저 평준화를 해체하고 중학교까지 입시지옥으로 만들어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입시전문학원'으로 변질돼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 열풍을 불게 하고 망국적 학군 병을 재발시키는 결과를 낳을 게 분명하다.둘째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교육권을 위배하는 특혜성 귀족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연간 수업료를 360만원으로 제한한다고 하나 이것은 허울좋은 이야기다. 틀림없이 학교발전기금 등 수업료 이상의 잡부금을 내야 할 것이다. 5%의 아이들을 위해 95%의 아이들이 열등감 속에서 살게 만들 수는 없다.

셋째 사학비리를 더욱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립학교에 대한 감사에서 조사대상 905개교 전 학교가 재정에 관한 비리로 적발됐다. 대구를본다면 연간 40억원 이상의 학교운영비를 쓰는 일반계 사립고에서 2000년 재단 전입금이 0원인 학교가 11개교이고 1천만원 이하의 학교까지 합친다면 28개교나 된다. 이런 상태에서자립학교 운운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국민의 돈으로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마치 개인의 사유물인양 취급하는 태도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논의하고 걱정해야 하는 것은 자립형 사립고 도입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해 사립학교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모든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임전수(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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