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으로 내마음 표현 스트레스도 풀어준다

'할머니들, 스트레스 이렇게 다스려보세요'.

평생을 눌려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어도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 자식들은 섬기기는커녕 어머니가 뭔가를 해주기만 바라고, 며느리들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남편도언제나 그랬던것처럼 누를려고만 한다.우리나라 여성 노인들의 스트레스가 적잖다. 가부장제하의 억압된 삶과 고령화로 인한 역할상실, 가족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 그리고 신체기능적 문제로 인해 다가오는 스트레스.

이렇게 나타난 스트레스는 여성노인에게 여러 가지 문제를 나타내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여성노인 스스로의 자아개념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할머니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대구 남구종합사회복지관 4층에서 진행되는 '우리할머니들의 세상거듭나기' 프로그램인 미술치료.

할머니들은 어색한 붓놀림이지만 뭔가를 그린다. 찰흙, 색종이 등을 갖고 뭔가를 만들기도 한다. 언뜻보면 어린시절 초등학교 미술시간을 연상시킨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현재 수강생은 10명. 지난 5월부터 시작됐지만 인기가 좋아 중간에 수업을 그만두는 할머니들이 없다. 한번 참여하면발을 빼기가 어렵다.

프로그램 참가자인 최영식(71.가명.대구 남구 대명동)할머니는 "붓과 물감은 생전 처음 만져보는 것인데 처음엔 이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도화지에 표현해야 하는지 막막했다"며 "자꾸 그리다 보니 내가 그린 그림 속에서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너무 편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미술치료 담당강사는 윤형자(59.대구가톨릭대학 미술학부)교수와 한혜순(45.가톨릭특수교육연구소)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어서 할머니들의 신뢰도가 더 크다. 강사진들은 "생소한 그림도구나 재료로 인해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할머니들의 적응도가 높고 표현력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할머니들의 감정표현이 스트레스 해소와 자아개념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현재 대구시내 대다수 복지관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미술치료는 이뤄지고 있지만 노인들에 대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실정. 게다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치료가 이뤄지는 장소도치매노인들을 보호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

남구종합사회복지관 임우현 사회복지사는 "여성노인들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이 자기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생을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일반여성노인에 대한 미술치료와 더불어 건강관리 발마사지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053)476-7700.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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