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전면전 쉽지 않을 것

미국이 테러 참사를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규정,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본격 개전 태세에 돌입하는 등 무력 응징을 천명했지만 정작 미국이 전면전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분석과 무차별적 군사행동에 대한 신중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 언론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무차별적인 공격이 장기적으로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성급한 테러 보복 전쟁을 경계했다.

또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紙)는 14일 '미-이슬람 전쟁, 5가지 시나리오'란 제목의 기사에서 △국내외 정치.군사 상황 및 대외관계 △군사력 부족 △핵무기 사용상의 제약 △전면전의 어려움 등으로 미국이 대규모 응징에 나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군사행동에 대한 신중론=뉴욕타임스는 14일자 칼럼에서 "테러범들은 반드시 색출, 제거돼야 하지만 이슬람권 내의 친구들을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국방차관을 지낸 로렌스 코브는 보스턴글로브의 기고를 통해 "군사적 행동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다 군사적 공격을 하면 할수록 테러범들을 규합시켜주는 효과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테러범들이 죽어서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도 사설에서 "보복의 일환으로 군사적 공격은 하되 테러 행위의 근원을 뿌리뽑는 방향으로 이뤄져야지 죄없는 민간인을 희생키셔서는 안된다"며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국가들의 우려=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루돌프 샤르핑 독일 국방장관 등은 테러 주모자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특정 국가에 대해 보복 전쟁을 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14일 조스팽 총리는 "테러에 대한 단호하고 장기적이 대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우리가 이슬람이나 아랍세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슨 나토 총장은 "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미치광이는 우리가 비이성적인 보복전을 일으키도록 바라고 있을 것이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나토 역시 미국의 보복전에 자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명확치 않은 싸움 상대=적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 사상 초유의 엄청난 규모와 치밀한 계획으로 자행된 이번 테러를 미 중앙정보부(CIA)나 연방보안국(FBI)이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번 테러를 사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분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모종의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나 이라크, 수단, 중동 및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했다는 것도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미국 군사력의 허점=미 군사력은 현재 세계 최강이나 대대적인 군사행동에 나서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미국은 최근 몇 년간 국제분쟁에서 '다지역동시전쟁 수행' 전략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펴기 위해서는 발칸반도 투입 병력까지 동원해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은 1998년 12월 '사막의 여우' 작전과 1999년 3~6월 '유고 공습' 당시 병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전투 예상 지역의 두 종주국 파키스탄과 이란의 입장도 불투명하다.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하면 미국이 의도하는 대규모 반테러 작전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복잡한 정치.군사적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

◇핵무기 사용의 제약=핵무기 사용은 기동력 있고 동맹국 지원이 필요치 않아 군사적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유리하다. 그러나 정치적 측면에서 가장 가능성이 적은 시나리오이다. 전 세계에 반미주의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고 핵 비확산 조약과 관련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기술적 면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핵 공격시 파키스탄과 이란, 인도의 국지적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큰데 이같은 상황을 극소화하기 위한 초소형 핵폭탄은 미국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전 쉽지않다=전면전을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대한 장악과 기타 국가의 테러 거점 파괴가 필요하다. 또 전면전 수행을 위해서는 수 십만 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 부근에 배치해야한다.

이는 동맹국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난 1991년 걸프전때의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병력 배치에만 최소 반년이 소요됐던 점을 상기해야 하며 동맹국 지원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아프가니스탄은 해발 1천m가 넘는 산악지형이며 심한 눈보라와 사막이 많다. 구 소련이 침공에 실패했듯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또 병력이 3만명에 불과하지만 1979년 구 소련의 침공에 이어 긴 내전을 거치면서 전투가 몸에 배어 있고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로 무장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하면 신병 충원이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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