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붕괴현장에 선 부시

(뉴욕연합)14일 전대미문의 피랍항공기 충돌테러로 폐허가 된 뉴욕 맨해튼 남부의 세계무역센터 터를 찾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법정공방으로 종종 정통성 시비에 몰리던 옛날의 그와는 달라 보였다.

5천여명으로 추산되는 희생자들이 아직도 묻혀있는 잔해 더미 위에 선 부시 대통령 주위로 모여든 수백명의 자원봉사 구호요원들은 유례없는 '국난' 극복의 책임을 양어깨에 걸머진 지도자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황급히 마련된 '연단'에 부시 대통령이 올라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USA(미국), USA, USA"라는 힘찬 구호를 현장의 모든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외치면서 대통령의 목소리는 파묻혀 버렸다.

한 구호요원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소리치자 메가폰을 잡은 부시 대통령은 "나는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미국 밖의 전세계가 여러분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이 빌딩을 무너뜨린 자들도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평소 '눌변'으로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곤 했던 부시 대통령의 입에서 뜻밖에도 감동적인 사자후가 쏟아지자 좌중에는 일순 침묵과 긴장이 흘렀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온 나라가 여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온정을 보낸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든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고 말하며 팔을 치켜 들었다.

구호요원들은 또다시 "USA, USA"라는 힘찬 연호로 화답했다. 미국에서는 자주 찾아 보기 어려운, 그렇다고 아주 없지도 않은 국민적 단합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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