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독재는 독선을 부른다

화려하게 민주투사(?)로 복귀한 김영삼씨의 독설 중에서 나는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것에 주목하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떠올리고 묘하게 입술을 비튼다. 이 문제 만큼은 독선이 아닌 독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너무 많이 알아 탈이라는 대통령이 이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착각을 해도 너무 위험한 지경이다.

WTO체제에서 세계무역은 분명 다자간 협상임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쌍무협상을 하겠다고 떼를 쓰니 큰일이다. 국가간에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 쌍무협상이겠지만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등 칠레는 거의 대부분의 농사가 우리와 겹쳐진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으로 우리 농업을 붕괴시키겠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칠레 수상에게 제안했다 하더라도 정부는 부당성을 지적하고 말려야지, 우리 농업이야 망하든 말든 오로지 자유무역협정 체결만을 위해 서두르는 게 흡사 부나비 같다. 이달 하순 경에 대통령이 남미 순방 중에 칠레에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풍문(?)이 농민들 가슴을 찢어발기고 있다. 칠레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농업 강국으로 쌍무협상의 세계적인 귀재이다. 협정체결로 우리는 2조2천5백7십5억 원의 천문학적 피해를 본다고 전문가와 학자들은 경고한다. 공산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며, 더 이상 칠레 시장에서 우리 공산품이 파고들 여지가 없음도 입증되었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칠레 태풍이 이 땅에 상륙하면 한-미, 한-일 투자협정이 다음은 내 차례라고 달려든다. 그건 한국 경제 침몰의 서곡이다.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하려는 대통령의 독선은 차라리 독재가 아니겠는가. 태풍을 이 땅으로 유도하는 대통령의 독선은 독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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