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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관용론'-인간 존엄성·자유 논거 제시

18세기 프랑스 작가이자 사상가인 볼테르의 '관용론'이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로 송기형 임미경씨가 옮긴 '관용론'(한길사 펴냄)은 인정과 진실이 담긴 저술로 볼테르 특유의 감각과 재치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1762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장 칼라스 사건을 계기로 인간정신의 자유에 대한 옹호와 관용의 문제를 짚고 있다.

성실한 신교도 장 칼라스는 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광신적 대립이 지배했던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모범적인 가장으로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다. 1762년 5월 9일 큰 아들 마르크 앙투안이 삶을 비관, 자살한다. 이것을 보려고 모여든 군중들 가운데 누군가가 앙투안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려 했기 때문에 가족에 의해 살해됐다고 소리쳤다. 아무 증거도 없이 체포된 칼라스 가족은 가혹한 심문과 함께 증거 불충분에도 맹신과 편견에 오도된 재판관들로부터 거열형에 처해지고, 장 칼라스는 수레바퀴에 매달려 사지를 찢겨지는 죽음을 당했다.

칼라스 사건의 전말을 알게된 볼테르는 재판절차의 부당함에 분개했고, 야만적 형벌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3년후 칼라스의 무죄와 복권이 선고되고, 볼테르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해온 옛 체제의 낡은 권위를 무너뜨리고 야만적 형벌제도에 대한 계몽의 승리를 일궈냈다.

볼테르는 당시 종교적 편견에 의해 조작된 칼라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동·서양의 역사와 성서강론, 도덕론을 뒤져 불관용에 대한 반론의 논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 '관용론'을 완성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연법에 어긋나는, 예속을 강요하는 세속적 종교권력을 소크라테스의 독살사건과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의 신화를 예로 들며 낱낱이 반박한다. 16세기 종교개혁과 볼테르 당시의 역사 및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소득이며, 최근 미국내 테러사건에 따른 미국정부의 보복과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 등을 관용의 문제와 연결시켜 조명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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