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소설에서 민중문학까지

지난 시간 우리 문학을 지배해 온 것은 '진보와 효율'의 시간관이었다. 이인직의 '혈의 누'가 대표하는 개화기 신소설, 1910년대 계몽주의 문학, 1920년대 자연주의 문학, 1920년대 중반부터 한국전쟁 직전까지 문학사의 한 축을 이끌었던 프로문학, 1970 ·80년대 민중문학 등. 한결같았다. 집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향해 나아가는 청년의 행로를 닮은 젊음의 문학. 그것이었다.

한 세기가 저물고 새로운 세기가 밝아온 이즈음 우리는 지난 백년의 한국 문학을 되돌아 보고 나아가 21세기를 향한 전망을 타진해 보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개화기 신소설에서 민중문학까지. 한국 문학의 발자취 100년이 문학평론가 김윤식(서울대)·김재홍(경희대)·정호웅(홍익대)·서경석(대구대) 교수의 집필로 '우리 문학 100년'(현암사)이란 한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20세기 우리 문학 100년의 발자취를 시·소설 ·비평으로 나눠 주요 시인·소설가·비평가에 대한 개인사적 접근을 통해 재구성한 것.

평론가들은 20세기 한국문학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정치성'을 들고있다. 해방 이전이나 이후에도 오랫동안 '문학은 막힌 정치의 방수로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랜 세월 정치적 억압 아래에 놓여 출판과 유통을 위해서는 은밀히 정치성을 감추어야 했다.

20세기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반공주의·지역주의·배타적 민족주의·계급주의 등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 선 이데올로기들. 이제는 이것을 넘어 포용과 화해의 문학을 향해 나아갈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국문학도나 작가, 나아가 일반독자에게도 우리 문학사의 전개양상을 폭넓게 전해 줄 전망이다. 또 새로운 세기를 맞아 지난 세기 우리 문학의 안팎을 깊이 통찰해 사람살이의 속내를 가늠하고 향후 문학이 나아갈 방향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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