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과 약국간의 담합을 차단하고 환자들이 동네 약국에서 처방약을 편리하게 조제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처방의약품 목록 제도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개정 약사법에 따라 동네약국에서도 병의원에서 처방한 약품을 비치해 이른바 문전약국에만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으려고 처방의약품 목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각급 의사회는 선정 목록을 각 약사회에 통보하도록 한 기한(지난 12일)을 넘겨버렸다.
의료계는 "약사법을 다시 손질해 의사회가 약사회에 목록을 통보하는 즉시 해당 약품을 비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약사의 대체조제 금지조항을 추가하지 않는 한 목록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지역 8개 구·군의사회의 경우 지역별 처방약 목록 선정을 이미 끝냈으나 의사협회의 결정에 따라 목록 전달을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의료계가 선정한 목록 자체도 영세한 동네약국의 구비 능력을 넘어선 2천200~3천500 품목에 달해 이 제도 시행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대한약사회는 종합병원이 없는 시·군·구 약국은 800품목,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은 1천200품목이 적합하다는 입장이지만 대구지역 각급 의사회가 선정한 품목은 수천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각급 의사회가 선정한 의약품 목록은 달서구가 3천500여품목으로 가장 많고, 수성구 3천200여품목, 남구 3천여품목, 동구 2천800여품목, 북구 2천600여품목, 서구 2천500여품목, 중구 2천400여품목, 달성군 2천200여 품목이다.
대구시 의사회 관계자는 "병원과 의원에서 제출한 처방약을 가능한 한 수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목록을 만들다 보니 품목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 산격동 건강백세약국 양명모(44)약사는 "지금까지 2천300품목을 갖췄으나 하루 처방전 조제가 30~40건에 불과하고 1천품목 이상은 처방이 전혀 나오지 않아 사장돼 있는 형편"이라며 "동네약국에서 2천품목 이상 갖춰봐야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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