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프간, 빈 라덴 인도조건 제시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은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넘겨주는데 앞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탈레반이 파키스탄 대표단에 제시한 요구조건은 ▲제3의 중립국에서 빈 라덴을재판할 것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탈레반과 대치중인 북부동맹군에 군사 지원을 중단할 것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경제 지원을 활성화할 것 등이다.

이에 따라 마흐무드 아흐마드 정보부장이 이끄는 대표단중 2명이 18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를 출발, 미국측과 협의를 위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왔다고이 통신은 전했다.

파키스탄 대표단은 전제조건 수용여부에 대한 미국의 답변을 갖고 18일 늦게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돌아가 다시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현지 통신들은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 신병문제를 논의할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성직자회의가 18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탈레반 고위 소식통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AFP와 회견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수도 카불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오늘(18일) 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쯤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이슬람통신(AIP)도 이날 탈레반의 아미르 칸 무타키 교육장관의 말을 인용해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회의가 일부 인사들의 불참으로 열리지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카불 시장인 물라흐 함둘라흐 모나미는 이날 회의가 공식적으로 연기된 것은 아니며 나머지 대표들이 도착한다면 이날 늦게라도 개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마니 시장은 "대표들이 도착하고 있으며 오후부터 회담이 열리길 바란다"면서"대표 700명 가운데 근거리에 사는 300명 이상이 이미 카불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유연한 입장 변화의 배경

미국 테러 참사의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탈레반의 이슬람 성직자회의가 18일 돌연 연기돼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키스탄이 17일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에 대표단을 파견,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 탈레반 실권자에게 빈 라덴의 인도를 요구할 것이란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현지 분위기는 비관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오마르는 라덴을 '손님'에 비유, 손님을 적의 손에 내주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탈레반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자신들의의사를 굽힌 적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입장을 고수해온 탈레반이 라덴 인도 요구를 수요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관론을 반영하듯 칸다하르에서 파키스탄 대표단과 오마르 지도자간의회담이 열리자 마자 이슬라마바드에는 곧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곧이어 회담에 진전이 있다는 소식과 함께 오마르가 라덴 인도 여부에대한 최종 결정을 18일 열리는 울라마(이슬람 율법학자)회의에 위임하기로 했다는보도가 잇따랐다.

압둘 하이 무트마엔 탈레반 대변인은 파키스탄 대표단과 오마르 지도자간의 회담이 끝난뒤 60% 긍정적 결과를 얻어냈으며 나머지 40%는 추가 회담을 통해 해소될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논평을 발표했다.

이 때부터 탈레반이 라덴의 인도와 관련, 뭔가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며 18일 울라마회의 마저 연기됨으로써 라덴 인도를 둘러싸고 탈레반내부나 미국측과 물밑협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탈레반측은 회의 연기가 울라마들이 아직 회의장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이유를 들었지만 이 회의가 당초 미국의 공격에 대한 지하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소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탈레반측은 또 울라마 회의 연기와 함께 탈레반이 미국에 대해 성전을 촉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등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유연한 태도가 감지되고 있다.

만일 탈레반이 당초 관측과는 달리 협상을 통해 빈 라덴 인도문제를 해결하고자한다면 라덴을 인도하는데 따른 몇가지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탈레반측이 파키스탄 대표단에 ▲제3의 중립적 국가에서 라덴을 재판할 것 ▲탈레반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 ▲북부연맹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 ▲경제지원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의 이같은 요구조건을 전달하기 6명의 파키스탄 대표단 중 파이즈 질라니 정보부 차장을 포함한 최소한 2명의 대표가 17일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와 미국측과 협의를 벌인뒤 아프가니스탄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보도의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런 항목들은 만일 탈레반측이 빈 라덴을 인도할 경우 충분히 제시될 만한 조건들로 꼽히고 있다.

탈레반은 그동안 라덴을 인도하려면 그가 테러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파키스탄측이 오마르 지도자와의 회담에서 이런 증거를제시, 탈레반이 조건부 인도 쪽으로 방향을 바꿨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해진다.

만일 탈레반이 라덴의 조건부 인도를 제시했다면 이 조건을 미국이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고조되고 있는 전쟁 위기의 향방은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만일 라덴의 인도와 관련, 무조건 그를 내놓든지, 아니면 전쟁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면 탈레반은 전쟁을 선택할 것이 확실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미국이 양자택일의 획일적 입장이 아니라면 탈레반이 제시한 라덴의 인도조건에 대한 협상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미국이 조건부 인도 제의를 받아들일 지 여부는 사상 초유의 참사를 당한 미국이 과연 라덴의 인도만으로 만족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기도 하다. 만일 미국이라덴 이외에 테러비호의 책임이 있는 탈레반을 전복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탈레반측과의 협상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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