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군사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테러 참사 용의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8일 열린 탈레반 정권의 종교지도자 회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함둘라 노마니 카불인민위원회 위원장(시장)은 수백명의 성직자들이 전날 카불에서 열린 샤리아(율법)회의에서 빈 라덴의 제3국 인도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놓지 못해 19일 회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CNN은 탈레반이 종교지도자 회의를 통해 빈 라덴 신병인도 등 구체적인 가닥을 잡기까지는 2, 3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보도, 이번 회의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그러나 종교지도자 회의에서 종교지도자들이 미국의 요구대로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테러응징이 빈 라덴 1명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데다 탈레반과 종교지도자들이 빈 라덴의 신병인도 거부와 미국과의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있어 군사적 충돌이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오마르는 라덴을 '손님'에 비유, 손님을 적의 손에 내주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탈레반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자신들의 의사를 굽힌 적도 거의 없기때문에 이런 입장을 고수해온 탈레반이 라덴 인도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탈레반측은 빈 라덴 신병인도를 위한 파키스탄 대표단과의 협상에서 △제3의 중립적 국가에서 라덴을 재판할 것 △탈레반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 △ 북부연맹(반대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 △ 경제지원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탈레반이 내놓은 빈 라덴의 제3국 인도안은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파악되고 있다.
종교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파키타주(州) 대표 성직자인 물라 모하마드 하산은 "설사 아프간 전체가 황폐화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빈 라덴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 '손님'인 그를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으며 또 다른 울라마(율법학자) 몰라위 압둘 자히르도 "미국이 공격을 해올 경우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태세가 돼있다"고결의를 다졌다.
빈 라덴의 인도를 설득하기위해 카불에 특파됐던 파키스탄 정보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협상에 실패한 채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했으며 미국에 협력, 테러 응징에 동참하기로 한파키스탄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은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20일 0시30분) 국영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계획하고 있다.
카불을 떠나기전 이 특사는 기독교를 불법 선교한 혐의로 구속중인 국제구호단체 직원 8명을 만났으며 탈레반 정부에 대해 미국인 2명과 독일인 2명, 호주인 2명의 석방을요구했고 집권 탈레반 지도자들은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아프간 관영 바흐타르통신은 18일 탈레반이 아프간 주민들에게 미국과의 지하드(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으나 탈레반측은 바크하르통신의 '성전' 선언 보도를 즉각 부인하면서 미국이 공격하면 자동적으로 지하드를 수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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