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전관예우

한국사회에서 '전관예우(前官禮遇)'가 관행으로 이어져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곳은 아무래도 법조인 사회일게다. 판·검사들이 재조(在朝)생활을 마감하고 변호사로 개업을 한후 수임받은 사건에 대해 재조법조인이 '법이 정한 공간'을 비집고 융통성을 발휘하는것이 법조계의 '전관예우'가 아닌가 싶다. 퇴직동료 봐주기다. 좋게 말해서 융통성이지 민·형사사건의 상대쪽 이해당사자들은 불이익등으로 땅을 칠일이다. 이런 '법조계 비리 사슬'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아직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직 법무장관의 처신이 도마위에 올라있다. 장관과 검찰총장을 역임한 김태정변호사가 이용호씨가 지난해 5월 서울지검에 긴급체포됐을때 1억원을 받고 이씨를 변호해준것에 대해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용호씨 사건을 맡으면서 '전화 한통화'해주고 1억원을 받은것은 위법성 여부이전에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기야 법을 전문으로 다룬 법조인이 법에 저촉될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겠지만 책이 잡혀서는 곤란한 일이 아닌가. 김변호사는 "1억원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운영하는 로시콤 법률구조재단 기부금으로 받은 것이다"며 나중에야 이씨의 로비스트였던 여운환씨가 낸것을 알았다고 해명은 한다. 그러나 전직 장관답게 수임(受任)사건도 골라서 맡아야 했다.

흔히 '전관예우'는 '압력성'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전직장관의 '전화 한통화'가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정도로 우리 법조계가 원칙 확행사회라면 국민들로부터 끊임없는 박수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법조계 상황'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고위직에 있었던 변호사가 한 전화 등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게 우리사회의 풍토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를 부정하지 못한다. 특히 형사사건은 민사사건보다 재량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김 변호사의 전화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1억원도 변호사 수임액수로는 별 문제가 없다해도 서민들로서는 '하늘의 별'이다. 딱 전화 한통화로 이같은 수입이 될 정도면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사법고시에 매달리는 사정을 알만도 하다. 그러나 법조인들의 전관예우 사슬이 여러가지 부정적인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이라면 심각하게 뒤돌아 볼 일이다. 막 옷을 벗은 판·검사들에게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은 동료에게 '특혜'를 베푸는 '비리사슬'을 과감하게 끊지 못하면 국민들로 부터 거센 저항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언제나 개혁대상에서 비켜나지 못할 것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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