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 재고 쌀 북한 지원 논의

여야가 20일 동시에 대북 재고쌀 지원 검토입장을 밝히고 나서고, 특히 한나라당은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물량을 제시하며 정부측에 대북지원을 제안함으로써 대북 쌀지원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0일 당3역회의와 정책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국내 쌀재고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인도적 차원에서 200만석의 쌀을 장기차관 방식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키로 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최근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쌀 지원을 요청해 왔으며,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1천500만석 정도의 식량이 부족하고, 절대부족량도 400만석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의 쌀 사정은 계속된 풍작과 소비위축으로 적정 재고인 550만-600만석을 300만-400만석 정도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200만석의 장부가는 6천억원에 이르지만 이를 북한에 지원할 경우 보관비 등 부대비용도 연간 5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 총재실에서 열린 당4역회의에서 "일부에서 남는 쌀을 북한에 주라고 하고 있다"며 "지원방법은 무상원조, 장기차관, 물물교환 등 여러가지 형태가 있고 상대가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라 농민들의 고충을 덜고 그들의 바람을 이해하는 선에서 적절한 기회에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20일 북한에 대한 200만석의 쌀지원을 정부에 제안한 것은 몇가지 전제조건에도 불구, 대북지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그간의 입장에 비쳐볼때 적지 않은 자세변화로 보여진다.

특히 한나라당의 입장선회는 이회창 총재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앞으로 대북 전력지원이나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입장에도 변화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그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제동 일변도로 나가면서여당과 일부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반통일세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도 고려한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에 대한 쌀지원 문제를 구체적인 수량까지 제시하면서 정부와 여당보다 먼저 제기함으로써 이 총재와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자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쌀지원 결정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배려와 함께 국내 쌀생산 과잉에 따른 재고문제도 함께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쌀재고 과잉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풀어주기 위해 정부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라며 "다만 군사용으로 전환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같은 결정은 전날 홍순영 통일부장관이 이회창 총재를 방문한데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취임인사차 이 총재를 예방한 홍 장관은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측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식량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보고했고, 이 총재는 다음날 당직자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는 지원할 수 있다"며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이 쌀지원을 결정하면서 "북한이 이산가족 면회 정례화 등으로 화답한다면 남북화해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그동안대북지원 원칙으로 고수해온 '포괄적 상호주의'라는 조건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이번 쌀지원을 계기로 한나라당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박종웅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YS는 여러차례 북한에 미련을 갖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갑자기 야당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하자고 나오니 도대체 정체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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