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국민 여론이냐의 기로에서 미국을 선택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지지하기로 한 그에게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린 그로서는 이번 선택에 따라 자신은 물론 나라의 운명마저도 뒤바뀔 수 있는 중대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미국과 국민여론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한 것은 어떤 것이 옳으냐의 문제를 떠난 불가피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무샤라프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미국이 그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하며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치 기반이 취약한 그가 미국의 이런 요구를 뿌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선거로 선출된 것도 아닌 군사정부의 지도자인 그가 미국과 국제사회를 적으로 돌려세우고 정권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당면 경제난도 결정의 중요 변수였을 것으로 지적된다. 대외부채가 국민총생산의 절반을 훨씬 넘는 상황에서 파키스탄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있었고 이를 방치할 경우 군사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어차피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했다. 반대로 미국을 지지할 경우 예상되는 막대한 경제·군사적 반대급부를 스스로 걷어차버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일단 미국의 군사작전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남은 과제는 국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의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예상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협력결정을 내리자마자 국민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군부와 장시간 토론을 벌여 자신의 결정을 납득시켰고 종교지도자와 국가원로, 언론사 대표 등을 잇따라 만나 자신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19일에는 TV연설을 통해 직접 국민들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이번 싸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간인들을 상대로 한 게 아니다. 테러리즘과 오사마 빈 라덴, 탈레반 정권과의 대결이다. 이 중대한 순간의 결정에 따라 나라의 존망이 좌우될 수 있다. 부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 판단에 따라 나를 지지해 달라'고 그는 호소했다.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의 이같은 호소에도 불구,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파키스탄 곳곳에서는 반미시위가 잇따르고 테러가 벌어지는 등 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내 울라마(이슬람 율법학자)회의는 탈레반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21일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파키스탄 정부의 협력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벌어질 예정이다. 50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파키스탄내 아프간난민들은 파키스탄이 미국을 지원할 경우 파키스탄인들에 대한 테러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을 전폭 지지하기로 한 무샤라프의 도박과 같은 결정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