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국경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마틴 루터 킹의 생일은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고, 이날 미국의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들은 축제를 벌여 흑백분리 정책에 항거하여 마침내 그들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그를 추모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로 유명한 비폭력주의자인 킹은 흑인 인권운동에 대한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35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비폭력주의자이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킹 자신은 인권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계속된 폭력으로 고통받았고 결국 암살되었다. 그는 생애 동안 수많은 협박과 폭탄 테러를 당했고 시위 중에는 경찰로부터도 무수히 구타당하였고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유치장에 갇힌 것도 수를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킹은 자신의 철학인 비폭력주의를 철저하게 지켰다. 한 백인여성이 킹의 가슴을 칼로 찔렀으나 저항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여성을 용서할 것을 탄원하였다. 또 연설 도중 백인 남성이 폭행하자 역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지지자들을 만류했다. 경찰이 킹 목사가 이끄는 평화적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할 때마다 동료 흑인 인권운동가들 중에는 폭력으로 대항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킹은 흔들림 없이 비폭력주의를 고수했다.
그가 비폭력주의를 고수한 것은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면 폭력과 증오의 사슬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비폭력주의에 감동한 미국은 킹이 암살된 직후 흑인을 위한 민권법을 제정하였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미국은 오늘 흑인과 백인이 서로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건설하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현 미국 정부의 파월 국무장관과 라이자 안보담당보좌관 등이 바로 킹의 위대한 비폭력주의의 혜택자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 자본주의 심장부와 세계 경찰 국가의 지휘본부가 테러에 의해 폭파되었다. 이 테러는 건물을 폭파하고 인명을 살상했다는 사실에서 더 나아가 미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렸고, 미국 대통령과 국민은 미국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테러범과 그 지원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다짐하며, 성조기가 물결을 이루는 가운데 '위대한' 미국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위대한' 미국이 무력 공격을 감행하기에 아프카니스탄은 너무 보잘 것이 없다. 폭탄 값에 버금가는 시설물 하나 없다는 것이다. 오랜 동안 전쟁에 시달리면서 아사 직전에 있는 죄 없는 아프칸 사람들을 폭격하는 것이 '위대한' 미국이 하기에는 너무 모양새가 안나고 설득력도 없다.
폭력에 폭력으로 보복하자고 선동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마틴 루터 킹이 위대한 것은 그가 폭력이 가지고 올 악순환을 예견하고 폭력의 사슬을 끊자고 그의 지지자들을 설득해 낸 것이다. 그의 혜안이 오늘 미국의 번영의 밑바탕이 되었다. 미국이 위대한 것은 핵무기가 많아서 일 수 도 있으나 그보다 그런 마틴 루터 킹의 지도력을 믿었던 미국민, 그를 추앙하는 미국이 진정 위대한 것이다.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미국민들은 자신의 위대한 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을 생각할 때가 아닐까.
동덕여대 교수·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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