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골프바람 확산-김정일 위원장 관심…시설확충

'북한에서도 골프를 친다' 가장 자본주의적 스포츠라 할 수 있는 골프가 북한에도 상륙, 최근 노동당이나 정무원 간부, 평양주재 외교관 등을 중심으로 '골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도 골프에 관심을 나타내는가 하면 골프가 국위선양에 기여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인식 전환으로 골프붐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골프의 수준과 시설에 대해 알아 본다.

북한의 골프수준은 아직 초보단계다. 골프를 도입한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시설면에서도 수준을 논할만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80년대까지만 해도 골프를 자본주의적이고 퇴폐적인 스포츠라고 규정, 양성화 않았으나 80년대 후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설을 확충했다.

북한은 지난 87년 재일 총련 상공인 지원으로 평양골프장을 처음 만들었다. 이 골프장은 평양에서 38km 떨어진 남포시 용강군 태성호 주변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 유일의 18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총면적 120만㎢에 총연장 7km, 파72의 전·후반 각 9홀인 이골프장은 전 코스를 도는데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골프장의 회원권은 100만엔이고 골프를 칠때마다 내는 그린피는 회원 3천엔, 비회원은 1만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평양 와우도와 양각도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있고, 지난해 3월 모란봉 유원지와 함북 나선시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골프연습장도 생겨나고 있는데, 북한 유일의 골프연습장인 평양골프연습장을 90년 평양 청춘거리 서산골에 개장했다. 30타석 규모이며 각종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북한에서 골프는 아직 대중들과는 거리가 먼 특수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사교스포츠다. 따라서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당정 핵심 간부나 재미·재일 동포, 일부 관광객, 기업인, 평양주재 외교관들이다.

이같은 짧은 역사와 빈약한 수준에도 불구하고 북한 골프의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각별한 관심과 외화획득 및 국위선양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 종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총련 출신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여 출전한 바 있다. '자본주의 스포츠'로 치부하던 골프를 적극 육성하자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편 북한의 골프용어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홀을 컵구멍이라는 뜻으로 '캬부구멍'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그린은 '정착지' 또는 '도착지'로, 해저드는 '방해물', 벙커는 '모래 웅덩이', 아이언은 '쇠채'라는 용어를 사용,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순우리말을 쓰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 상류층에 골프바람이 불어 당정 핵심간부들이나 외국을 나가기 위한 외무성 간부들이 골프를 배우기 위해 골프연습장을 자주 찾고 있다"며 결국 북한의 골프는 특성상 대중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국제교류와 국위선양 등의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육성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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