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한글 대장경의 태어남을 축하하는 축하법회가 장충체육관에서 있었습니다. 참으로 시의 적절한 큰 불사였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논문이나 신문들에 한자어가 제법 들어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한자어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예측하고, 37년 전에 벌써 운허 스님과 청담, 영암, 자운, 석주 스님들께서 준비해 오셨기에 오늘, 한글 전용 시대의 서막에서, 참으로 시의 적절하게 한글 대장경이 빛을 보았습니다. 불교인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 전 세계인이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7년 전에 앞을 내다보고, 번역을 시작하신 스님들에게 참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동국역경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10년 동안 인터넷 서비스와 CD롬 제작을 하여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부처님 법을 만나게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찬양 찬탄할 일입니다. 사실 여러 단체들에서 번역하여 시중에 내어놓은 불교 경전은 거의 대부분이 동국역경원의 번역을 기초로 한 것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동국역경원의 번역작업은 아무리 찬양 찬탄해도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37년간의 번역작업 결실
그러나, 동국역경원에서도 말했듯이 이제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지금 나온 한글 대장경은 초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참으로 이 나라에 부처님의 법이 찬란하게 꽃피기 위해서는 이제 온 국민이, 온 불자들이 동참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동국역경원, 참으로 수고했습니다. 동국역경원, 참으로 큰 일을 해냈습니다"라는 찬양 찬탄으로 끝나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셨는데 찬양 찬탄으로 끝나서야 되겠습니까?
이 반가운 소식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세계의 경찰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심장부가 비행기 납치 자살 테러로 공격을 당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전 세계가 울분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이슬람교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환호성을 지르며 만세를 부르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우리는 민중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규탄하는 민중도 비난할 수 없고, 환호하는 민중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민중의 마음은 바로 하늘의 마음, 천심이기 때문입니다. 전쟁 중에서 종교전쟁이 가장 추악하고, 가장 비열하고, 가장 잔인하고, 가장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은 저를 슬프게 합니다. 분명히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여, 민간인들이 있는 건물을 공격했는데, 그렇게도 많은 민간인들이 만세를 불렀다는 것은 참으로 저를 슬프게 합니다. 이는 이슬람권의 많은 민간인들이 '세계의 경찰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으로부터 한없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 됩니다. 라덴이 은거하고 있다는 아프간 또한 참으로 경건한 종교국가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류의 큰 문화재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탱크로 참으로 무참하게 파괴한 사실이 있습니다.
타종교도 존중하는 세상을
칼 중에는 플라스틱 장난감 칼도 있고, 부엌칼도 있고, 천하의 명검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칼은 잘 사용해도 별 볼 일 없고, 잘못 사용해도 별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부엌칼은 잘 사용하면 유용하고 잘못 사용하면 위험합니다. 천하의 명검은 잘 사용하면 매우 유용하고, 잘못 사용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종교는 참으로 귀중합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참으로 위험합니다. 기독교 성경에 보면, "너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성직자들이 이 말씀을 어길 때, 저는 슬픕니다. 이 말씀을 저는 "너희 종교가/너희 가치관이 남들로부터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의 종교를/남의 가치관을 대접하라"라고 고치고 싶습니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이슬람국가와 미국, 이슬람교와 미국의 종교가 서로 아끼는 세상을 희망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인들이 자기 종교를 아끼고 자기 가치관을 아끼듯이 타종교를 아끼고 타 가치관을 아끼는 세상을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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