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끌어온 대우자동차 매각이 마침내 실현됐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뇌관 하나를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1일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GM과 채권단은 각각 4억달러와 2억달러를 현금으로 출자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대우차(가칭) 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어 이 회사가 대우차를 매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매각대금 12억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우선주를 받기로 했는데 이는 신설법인이 영업이익을 내서 갚아야 하는 조건부이다. 우선주 12억달러는 배당률과 상환조건 등을 고려해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8억3천만달러다. GM-대우차가 떠안기로 한 빚 8억3천만달러를 합하면 결국 16억6천만달러에 매각한 것이다. 이는 GM 40억달러, 포드가 제시한 70억달러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헐값 판매의 원인이 우리측에 있다는 데 있다. 먼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끄는 바람에 억지춘향식 매각이 되고 말았다. 사는 측보다 파는 측이 안달이 나 있으니 애당초 형평성 있는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GM은 한국정부가 대우차를 팔지 않고서는 경제를 이끌고 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협상의 주도권을 뺏겼다는 사실은 국제 거래에서 정부의 전략이 얼마나 미천한지를 드러낸 것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아직 본계약이 남아 있다. GM은 본계약을 하기 전에 노조와의 관계 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즉 단체협약 중 회사측에 불리하게 돼 있는 부분을 수정하라는 요구다.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최대 쟁점이었던 부평공장은 최소한 6년간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공장의 운명도 경쟁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GM이 요구하는대로 생산성 이나 노사관계안정 기준을 충족하면 GM이 인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정부는 신설법인에 대해 5년 동안 특별소비세를 유예해주고 취득세.등록세 등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줄 방침이라 기존 업체와의 특혜시비를 막을 길이 없다.
대우차 매각은 우리 경제가 가야할 길이지만 칼자루를 뺏긴 협상의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일깨워주는 훌륭한 교훈이다. 현대투신.서울은행 등 앞으로 해외매각을 기다리는 업체들이 많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두 번 다시 '굴욕적인 매각'이라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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