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용호 비망록 묵살했나

'이용호 게이트'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엔 '이용호 비망록'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이용호 비망록'의 구체적인 사실까지 거론하며 검찰이 이미 확보해 놓고 공개의 폭발성 때문에 꺼린다면서 즉각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지난해 5월 이용호씨의 주가조작수사를 맡았던 한 검찰간부는 "비망록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것"이라며 "우리가 비망록을 확보하고도 묵살한 것처럼 주장하고 보도한데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도 검찰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야말로 이제 더이상 검찰에서 기대할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 비망록 이상의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 마당에 검찰은 아직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고위층의 인척이 이용호씨의 보물인양사업을 소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게 작금의 상황이다.

지금 검찰은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게 급선무이지 이런 감정적인 대응을 할 계제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이용호씨가 자필로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이 '비망록'에는 이씨가 로비를 했던 검찰 5명, 민주당 등 정치인 5명, 국정원, 국세청, 금감원 간부 각 2명씩의 이름과 돈거래 내역 등이 소상하게 담긴 것으로 야당은 밝히고 있다.

만약 이게 지난 주가조작수사때 검찰이 확보해놓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가 된다. 따라서 검찰은 우선 그 경위부터 철저히 수사해서 밝혀야 할 것이다. 더욱이 그 리스트속엔 '정치권의 깜짝 놀랄만한 거물'도 들어 있고 그 인물이 이번 사건의 몸통일뿐 아니라 뭉칫돈이 그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사실이면 검찰이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의 명운이 달린 사안이 아닌가.

또 이게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작금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내용이 비망록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거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신승남 총장의 동생 케이스에서 이미 사실로 확인이 된데다 오히려 사실이 축소됐다는 의혹까지 새로 제기되는 마당이다. 따라서 검찰은 즉각 그 내용부터 공개하고 그 진위여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하는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야당도 검찰수사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지의 바로미터로 삼고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게 되겠지만 이번 사건을 국민이 납득하는선에서 밝혀낸다면 오히려 추락한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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