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60대 아주머니 10여명이 초교 교과서를 펼쳐 들고 선생님을 따라 칠판에 쓰인 글을 따라 읽고 있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여기는 영천 창구동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밤마다 배움의 불을 밝히는 밀알 야간학교. 1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남녀 학생들이 초교.중고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측이 밝힌 최고령자는 70살 할머니.
"심봉사가 눈 뜰 때 기분이 이렇지 않았겠습니까?" 중년의 한 아주머니는 글 모르고 살아 온 지난 수십년 세월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50대 학생은 "글을 깨친 후 온세상에 감사하고 싶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남의 손 안빌리고 내 이름을 쓸 수 있고 신문을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기뻐 눈물이 났다는 얘기. 정해만(44) 교무주임은 "처음엔 초교반 학생이 3, 4명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몇년 전부터 늘기 시작했다"고 했다.
무료 봉사하는 교사는 16명. 대학생.자영업자.직장인.공무원.군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김의영(59) 교사는 더 특별한 경우. 하양 안일초교 교감직에서 명퇴한 후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 뒤 불편한 몸이지만 교사직을 자청해 하양에서 영천을 3년째 오가고 있다. "글을 깨친 뒤 좋아하는 아주머니, 할머니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교단에 설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교 운영만은 소홀히 하지 않아 교사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신국정(57) 교장은 "학교가 좁고 불편해 학생.선생님들에게 미안할 뿐"이락 했다. 재학생은 125명, 17명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다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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