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능올림픽 금 대 이은 사제

사제(師弟)가 대를 이어 국제 기능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19일 서울서 끝난 36회 국제 기능 올림픽 대회 창호 부문에 참가한 박기태(18·경상공고)군은 자신의 우승을 알리는 심사 결과가 발표되자 정호철(32) 교사와 굳게 손을 잡았다.

2년여 동안 박군을 가르쳐온 정 교사는 꼭 10년 전 31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회의 같은 부문 금메달리스트. 목재로 창이나 문 등 건물 구성요소를 만드는 창호 부문은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세의 아성이다. 정 교사 이후 한 차례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10년 만의 대를 이은 경사.

기업체 근무를 하던 정 교사가 경상공고에 부임해 박군을 만난 것은 지난 99년. 나무를 만지는 손재주와 축구 실력 등을 통해 '물건'을 알아본 정 교사는 직접 박군을 다듬어갔다. 지난해 9월 전국기능경기대회 우승으로 잠재력을 드러낸 박군은 대표 선발전까지 쉽게 통과한 뒤 군부대 유격훈련, 하루 16시간의 맹훈련이 계속된 3개월여의 합숙을 거쳐 이번 대회를 맞았다.

박군과 함께 대회장에 간 정 교사는 창호 부문에 참가한 18개국 대표 선수단을 살피다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10년 전 암스테르담 대회에서 우승을 다투다 2위에 그친 대만 선수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제자와 함께 참가한 것. 대를 이은 대결에 대만의 선수 사제는 "이번에는 이기고 말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과제는 4일 23시간에 걸쳐 주어진 도면대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박군의 실력을 간파한 유럽 팀들이 이의를 제기, 손에 익은 기계를 쓰지 못하는 집중 견제 속에서도 박군의 솜씨는 단연 빛났다. 결과는 최고점. 3위에 그친 대만팀은 "영원히 졌다"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승의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박군은 몇 차례의 질문에 "모든 건 선생님과 학교 덕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 교사는 "대학 조형학과에 진학해 세계적인 인테리어가 돼 줬으면 좋겠다"며 제자의 앞날을 기대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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