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퇴계사상 일화로 풀어

'도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살피지 못할 뿐이다.(道在邇 而人自不察耳)'

퇴계의 언행록에 나오는 말이다. 진리는 언제나 일상 생활 가운데 있다고 퇴계는 가르친 것이다. 이처럼 일반인과 청소년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퇴계의 사상과 삶에관한 책이 출간됐다.

경북대 퇴계연구소 특별연구원인 김종석씨와 영남대 강사 하창환씨가 퇴계의 일화를 모아 '배우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힘쓰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일송미디어 펴냄)는제목으로 펴냈다. '배우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힘쓰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不學則不知 不勉則不能)'라는 글귀는 중국 명나라때 왕양명의 대표적 저술인 '전습록'에 나오는 말.

이 책은 기존의 전문 학자를 위한 연구물과는 다르다. 누구나 퇴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의 생애와 행적 가운데 현대인의 실생활에 귀감이 되면서, 충분히 수용될 수 있는 사례들을 골라 소개하는 한편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에 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집필했다. '퇴계 선생의 삶과 교훈' '퇴계 선생의 일화와 교훈'으로 나눠 퇴계에 얽힌 많은 일화와 미담 가운데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지양하고 '퇴계문집' 등 각종 퇴계 관련 자료에 근거해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따라서 이 책은 일종의 '청소년을 위한퇴계학'인 동시에 전통문화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려는 일반인들이 읽어볼만한 교양서다. 퇴계와 남명에 얽힌 일화 중 하나. 실천을 중시하는 남명 조식이 퇴계의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술논쟁에 관해 소문을 듣고, 퇴계에게 편지를 보내 "지금 학자들을 보면 현실에 있어서 물뿌리고 마당쓰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하늘의 이치를 논하고 있으니, 명성을 훔치고 남을 속이려는 자들입니다"라고 하였다. 편지를 받은 퇴계는 "세상의 영재들가운데에는 진심으로 학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찌 없겠습니까?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들을 막는다면, 이것은 도를 향한 길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자들에게 "참으로 약석처럼 유익한 말이요, 이렇게 평가되는 것은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일"이라고 하며 그 위험성을 스스로 경계했다. 이런 일화에서현대인들은 퇴계의 진정한 인격을 짐작하고, 그가 남긴 메시지를 생활속에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퇴계학이 한국 철학사와 문화사에서 아무리 큰 중요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소수 학자들 사이의 학술적 토론을 위한 소재로 끝난다면 별 의미가 없다"며 "대중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해 구체적인 삶에 영향을 끼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책은 퇴계 선생의 일화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현재적 의미에 관해 생각해보는데 초점을 맞췄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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