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마을 사업의 허와 실

농림부가 농촌 생활환경과 소득이 조화돼 사람이 머물고 모여드는 생활권 중심을 육성한다며 만들고 있는 '문화마을' 사업. 사업 시작 10년째를 맞았다.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안동 와룡면 가구리 문화마을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어떻게 진행돼 왔나? = 1992년부터 시청.군청이나 농업기반공사에 위탁해 작년까지 전국에 105개 마을을 조성했다. 올부터 2004년까지 85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 총 7천430여억원이 투입되고 있으나 3천391억원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댄다.

경북에서는 어모(김천) 와룡(안동), 이산(영주), 봉양(의성), 감천(예천) 등에 12개(10개 시군)가 조성됐다.

조성 방식은 두 가지. 기존 마을의 도로.통신.환경 등 시설을 보강하고 주택.환경을 정비해 하는 것이 하나이고, 택지부터 전혀 새로 마련하는 방식이 또 하나이다. 90%가 새 마을 조성 방식으로 진행됐다.

◇외형상 상당한 효력 = 세련된 주택이 들어서고 도로망 등도 잘 정비된 마을은 외형상 성공한 것은 물론 약간의 인구 유입 효과도 거뒀다. 1998년 조성된 안동 와룡 문화마을 경우 주택 50여 가구분이 신축되고 외지인 100여명이 이주해 와 면 소재지 최대 마을로 부상했다. 유입인구가 70%나 되는 것.

이중호 와룡면장은 "면 소재지엔 20가구 이상되는 자연마을이 없을 정도로 산촌(散村)이었다가 문화마을이 들어선 후 중심 마을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야리 이희선(35.여)씨도 "큰 마을이 없고 그런데도 인구는 계속 유출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으나 이제 면 소재지가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고 했다.

◇마을 주인이 바뀌다 = 그러나 내면의 모습은 달랐다. 와룡 문화마을이 70%나 유입 인구들로 구성된 뒤 전통 마을들이 갖고 있는 의식.문화적 생활공동체 의식이 부족, 토착 주민들이 안타까와 하고 있다.

류건하(64) 이장은 "유입인구 중 90%가 농사를 짓지 않고 안동시내로 나가 활동하며, 특히 30∼40대는 마을 일에 관심이 없고 길흉사조차 멀리한 채 얼굴도 모르고 지낸다"고 했다. 농삿일 품앗이 같은 것은 꿈도 못꿀 일이라는 것.

이런 문제는 문화마을 주택.택지 전매 제한 규정이 1999년 폐지되면서 촉발됐다고 했다. 토착민들이 대부분 노인이어서 5천만∼7천만원이나 들여 집을 지을 힘이 없자 분양 받은 땅을 마구 전매, 외지인 유입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모(68)씨도 그런 경우였다.

그런 뒤엔 문화마을들이 도시인들의 전원주택지나 베드타운으로 변하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했다. 한모(38)씨도 "장사하는 안동 시내 가게와 가깝고 택지 값도 싸 이리로 옮겨 왔다"고 했다.

◇좋은 방안은 없을까 = 경북도청 염태용 문화마을 조성 담당은 "대다수 문화마을들이 신규 택지 개발 방식으로 만들어지면서 토착민들에게 건축비 부담을 안긴 것이 동네 주인을 바꾼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며, 농림부도 앞으로는 기존 마을 정비를 주축으로 하는 쪽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전했다.

김성구 안동시의원은 "종래 방식으로는 도시형 마을이 농촌에 만들어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었다"며, "토착민 입촌 부담을 덜고 탁아.보육 시설, 공동 농기계 창고, 공동 작업장, 마을회관 등을 갖춰 줌으로써 실질적으로 농민들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조성 방식이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