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남에 손에 넘어가면 우리는 어디로 가 살아가야 합니까?" 거창읍 대동리 산21 음성나환자 정착촌인 '동산마을'의 35가구 100여명 주민들이 막다른 골목에 섰다.
이 마을은 1950년대에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던 음성 나환자들을 위해 거창의 한 독지가가 부지를 내 놔 형성된 것. 그 후 주민들은 공동으로 닭.돼지를 키우며 자활의 터전을 일궈 수십년간 오순도순 살아왔다.
그러나 불행은 또다시 찾아 왔다. 그게 4년 전. 달걀을 가져 가던 도매상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4억여원의 달걀값을 떼였다. 그 다음해엔 뉴캐슬병이 돌아 닭 9만여마리가 죽어 5억여원의 빚이 쌓였다. 그리고는 설상가상으로 당시 이장이던 송모씨가 4억여원의 마을기금으로 사채놀이를 하다 전액을 날리고는 마을을 떠나 버렸다.
이제 주민들은 사료조차 외상으로 사야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계란값 폭락으로 부동산을 담보 잡혀 빚을 내 빚 갚는 악순환 속으로 떨어졌다. 빚은 15%가 넘는 연체이자까지 붙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 나, 지금은 사료값 12억원 등 빚이 30억원대에 달하고 말았다.
채권자들이 그냥 있을 리 없는 일. 일부 부동산은 경매가 진행 중이고, 주민 신모(70)씨의 양계장 등 3건은 이미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다. 주민들이 중앙부처 등 백방으로 탄원서를 내고 있으나, 거창군청 일부 채권자들의 경매를 연기토록 중재해 주는 것 외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정대현(59) 이장은 "주민들이 다시 거리로 내몰릴 지경이어서 눈물로 밤을 지새고 있다"고 했지만, 군청 관계자는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 외에는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거창.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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