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 현직 중학교 미술교사가 부인과 함께 찍은 알몸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해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아직 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인데 충남교육청은 공무원의 품위 손상을 이유로 3개월간 정직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처음 이 보도만 접한 사람들은 먼저 교사로서의 품위를 생각했을 테고 다음으로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인터넷상에 올린 것을 당혹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그의 작품세계 전모는 밖으로 알려지게 된 단 한 장의 사진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은 출퇴근길에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의 시체를 오브제로 한 설치작품이었다. 뒤에는 번거롭게 수집하고 박제로 제작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대치하고 있었는데 일일이 죽은 동물의 이름과 장소, 시간에 대한 기록을 덧붙이고 있었다. 노상에서 흔히 목격한 일이었지만 자연과 다른 생명에 가하는 인간과 기계의 가차없는 폭력성을 이렇게 생생하게 새겨놓은 작품은 처음 봤다. 그것은 죽은 동물에 대한 연민보다도 우리 안에 있는 야만성에 대한 무감각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것이었다. 리오타르의 정의에 따르면 아방가르드 예술은 충격을 주고 우리가 새로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에 확립되어 있는 가치와 기준들에 대해 재고하게 하는 것이다. 내 느낌으로 그의 작업들은 사물의 외관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너머 본질을 직관하게 한다는 현대예술의 '의외성'과 문명을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었다.
담론과 의미의 관점에서만 사건에 대해 진술을 요구한다면 '형상의 충격'은 놓치지 않을 수 없다. 언어로 하는 설명은 이미지로 재현된 것을 다 해명하지 못한다. 예술작품은 특별한 사건이다. 그래서 리오타르는 미학적 사건이 가장 높은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중요성을 지녀야한다고 주장한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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