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월드컵이 다가온다

FW(포워드) 황선홍, 이동국…. MF(미더필드) 이영표, 박지성, 유상철…. 247일 남겨둔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인터넷 축구 사이트마다 한국 대표팀 선발이 한창이다.

온 지구촌이 월드컵 본선 진출팀을 가리기 위한 예선전으로 피를 튀기고 있는 지금 개최국으로 자동진출권을 얻은 우리나라는 "이번 만큼은 16강 진출로 국민적 '한'을풀어보자"는 열망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오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내달 초 대구에서의 대표단 합숙훈련을 앞둔 26일 현재 대표팀의 70% 정도를이미 점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히딩크의 선수 선발과 작전 등을 두고 국민적 포폄이 동전 양면을 뒤집듯 한다. 국민들의 정서는 이해하지만 히딩크를 선택한 이상 200여일 남은 월드컵까지 그를 믿고 지켜보자고 주문하고 싶다. 그러면서 경기 자체를 즐기는 월드컵 개최국 국민이 될 것을 제안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선수 개개인의 체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기가 기본이지만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팀워크가 이뤄져야 한다. 감독의전술이 뒷받침된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포지션마다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포진시킨다면 가장 강한 팀이 될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축구 해설가들은 이런 '드림팀'이 예상만큼의 최강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합성의 오류'라는 것이다. 이는 히딩크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대표팀이 내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데서도볼 수 있다. 98년 월드컵 4위에 올랐던 네덜란드가 '충격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나 마르크 오베르마스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포진한 팀이지만선수들이 팀워크보다는 개성을 앞세운 경기 운영이 본선 진출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세계의 축구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히딩크를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 축구 대표팀으로 누구를 선발하든, 누구를 언제 어디에 기용하는가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우리는 감독이 어떤 전술을 펼치고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을 얼마나 이해하고 수행하느냐는 그들의 능력에 달려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감독이나 선수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 수준의 축구 경기를 펼칠 수밖에는 없다는 말이다. 11명이 팀워크를 이뤄 일을 쳐내기를 당부할 수밖에는.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코드, 그것이 축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승부만이 축구의 전부가 아니기를 바란다. 대포알같은 중거리 슛이나 눈부신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골문을 향해 쏘는 가위차기 슛이 그물을 흔들때의 짜릿함은 축구장을 찾은 관중 뿐 아니라 TV시청자들까지도 하나로묶어내는 코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보면 2002년 월드컵은 우리에게는 하나의 과정이고 우리의 축구는 2002년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골이 터지는 데 따른 재미뿐 아니라 그 과정에 매료되는, 이제는 스포츠도 하나의 문화상품이 되어야 한다.

우리 팀이 경기에서 졌다고 응원하는 관중들까지 기죽을 이유는 없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된다. 병이 있는 환자의 심장 박동은 지극히 규칙적인 반면 살아 있는사람의 심장은 그 뜀박질이 아주 불규칙하다고 의학자들은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는 살아 있는 것이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서, 그 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 축구는 살아 있어야 한다. 아주 젊고 싱싱하게. 그래서 우리팀의 경기가 아니어도, 경기에서 지더라도 멋진 경기에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의 국민이 아닌가.

94년 미국 월드컵을 취재했던 후배 기자는 "축구를 잘 모르는 미국인들이 한국과 스페인전이 열린 댈러스의 미식축구장을 개조한 축구장에 7만명이나 운집해경기를 지켜보며 열광하는데 놀랐다"며 아직도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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